■ 범퍼카에 꿈 싣고… "부푼 희망으로 배불러요"
"야, 브레이크! 오른쪽으로 돌려! 아니, 거기서는 페달을 밟아야지. 잘했어!" "선생님, 저 이거 한 번만 더 타면 안돼요?"
자동차를 이리저리 치고 받는 '어린이 범퍼카' 앞에 지도교사와 함께 삼삼오오 모인 아이들이 한껏 목청을 높여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방향을 가리키며 발을 동동 구르는 친구의 모습에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도 한층 밝아진다. 100번이라도 더 탈 기세로 친구의 운전 실력을 타박하던 한 아이는 인솔자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매직붕붕카' 앞으로 자리를 옮기더니 "빨리 문을 열어 달라"며 담당 직원을 재촉하기까지 했다. 아무리 동심을 자극하는 놀이공원 나들이라지만 지난 1월말 롯데월드에서 만난 굿네이버스 희망나눔학교 야외체험활동 참가 132명의 아이들은 유난히 설레고 들뜬 모습이었다.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는 2002년부터 결식 아동을 보호하는 희망나눔학교 방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저소득 가정 아이들에게 중식을 제공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존중하는 힘과 대인관계 능력 향상 등을 위한 다양한 교과 과정을 덧붙인 프로그램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의 후원으로 마련돼 전국 3,500여명의 어린이가 참가한 올해 희망나눔학교 겨울방학교실은 지난 1월 '너는 나의 비타민'이라는 주제로 보름간 열렸다. 이날 만난 132명의 아이들은 바로 이 방학교실 프로그램의 일부인 야외체험활동에 참가하고자 롯데월드를 찾은 것이다. 서울 강북구와 은평구, 종로구, 서대문구, 중구를 관할하는 굿네이버스 서울중부지부 내 5개 초등학교 학생이 참가한 행사였다.
대부분의 참가 어린이는 놀이공원에 도착한 오전 10시 30분부터 점심 식사 전까지 한 시간여 만에 4~5개의 놀이기구를 타고 내려 왔다. 마음이 급한지 점심 식사 때는 빠르게 밥그릇을 비우는 아이들이 많았다. 몇몇은 일찌감치 식사를 마치고 놀이기구 목록을 펴놓고 오후 계획을 짜는 등 이날 아이들의 놀이공원 나들이는 무척 유난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 중 상당수는 이날 난생 처음 놀이공원을 방문한 경우였다. 기초수급생활 대상자 가정의 김준영(8ㆍ가명)군은 "후룸라이드가 무서웠지만 가장 재미있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이 군의 아버지는 큰 수술을 받고 일을 그만둔 상태여서 누나 3명은 장학금을 받아 학교생활을 이어왔다고 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엄마와 함께 놀이공원에 가 본 적이 있다"는 박지영(8ㆍ가명)양도 이날의 나들이를 특별하게 여기기는 마찬가지다. "몸이 아프신 할머니가 늘 걱정된다"며 가족 이야기에 고개를 떨구던 박양은 어느새 "범퍼카가 제일 재미있다"며 눈을 반짝였다.
희망나눔학교는 굿네이버스가 '결식 아동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마련한 행사. 하지만 중식제공 외에 이 같은 야외체험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구성하는 이유는 요즘의 결식 아동은 1970~80년대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보기 때문이다. "급식이 일반화하면서 학교 체계 속에 들어와 있는 아동이 배고픔에 눈물을 흘리는 일은 없다. 다만 우리가 결식 아동이라고 부르는 소외 아동은 배고픔 너머 기회의 박탈, 돌봄의 부족으로 남모르는 눈물을 가슴에 품고 산다"는 게 이은규 굿네이버스 간사의 말이다.
특히 방학이 되면 아이들이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그나마 학교에서 제대로 먹던 점심 한 끼도 혼자 오락을 하거나 TV를 보면서 그냥 때우고 넘어가기 쉽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희망나눔학교 방학교실을 통해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도 균형 잡힌 식사는 물론 교과 외 학습의 기회를 가지며 또래 친구와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이를 통해 자아를 존중하는 법을 익히고 더불어 사는 사회의 인식도 향상시키게 된다.
박지영양의 경우 이번 야외체험활동 이외에 겨울방학교실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희망을 찾은 케이스다. "무릎(knee), 손(hand) 같은 신체 부위의 이름을 배운 영어 시간이 기억에 남아요. 저나 친구들, 선생님 모두 소중한 이름이 있잖아요. 우리 몸의 이름을 하나하나 알게 돼 참 좋았어요." 박 양은 희망나눔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장래 희망의 결심도 굳혔다. '명함 만들기' 수업을 통해 직업의 세계에 눈을 뜬 박 양은 "간호사나 화장을 해 주는 사람(메이크업 아티스트)이 되고 싶다"고 했다. "할머니를 돌봐 드리고, 할머니와 엄마를 예쁘게 꾸며 드리고 싶어서"란다.
놀이공원에 오후 4시까지 머물렀건만 일정을 마치고 인솔자의 귀가 지도를 받는 아이들은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금전적인 이유로, 또는 병을 앓고 있는 부모와 함께 올 수 없기에 또 언제 다시 찾을 ?있을지 기약이 없는 곳이 바로 놀이공원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 야외체험활동으로 친구들에게 자랑할 거리가 생긴 아이들의 목소리는 매우 밝았다. "방학 때 엄마, 아빠랑 여행 갔던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는데 저도 이제 이야기할 게 생겼잖아요. '신밧드의 모험'을 두 번 탄 얘기를 할 거예요. 말하니까 또 타고 싶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 서울우유의 사회공헌 활동저소득층·난치병 어린이 등 후원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은 제조일자 표기를 통해 판매액이 급증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고객의 사랑을 사회로 환원한다'는 의미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밀착형 활동이 대표적이다. 우선적으로 지역사회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도움을 주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1962년 서울 중랑교 옆에 연유공장을 준공한 이후 48년간 중랑구 내에 소재를 두고 있는 서울우유는 지난해 11월 중랑구 상동2동 동사무소에서 관내 저소득층 어린이의 건강 증진을 위해 75대의 자전거를 전달하는 기증식을 가졌다.
"이날 기증한 자전거는 저소득층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 증진과 원활한 통학을 돕는 수단으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는 게 업체측의 설명이다. 이에 앞서 지난 해 7월에는 중랑구청과 사회공헌협약식을 갖고 지역아동센터 내 저소득층 아동에게 매일 620팩씩, 연간 1억원 상당의 서울우유를 무상으로 제공 중이다. 또한 중랑구의 1,900여 저소득 가구의 생계를 위해 1억원 상당의 쌀과 연탄을 기증하기도 했다.
특히 서울우유는 유제품 업체의 특성상 소외 아동을 돕는 데 적극적이다. 지난해 12월초 서울우유는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와 후원 협약을 맺고 3,500여명의 소외아동을 위한 '2010 희망나눔학교 겨울방학 교실' 운영 자금 1억원을 전달했다. 희망나눔학교 겨울방학 교실은 방학 중 방임되는 결식 아동에게 따뜻한 급식과 함께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밖에 서울우유는 난치병어린이 소원 성취기관인 '메이크 어 위시(Make a Wish)' 재단을 통해 난치병어린이 10명의 소원 성취를 위한 3,700만원의 기금을 전달했다. 또한 매월 셋째 주 수요일에는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밥퍼운동본부'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해 한 해만도 107명의 직원이 돌아가면서 배고픈 소외 이웃에 식사를 제공하는 일에 동참했으며 중랑노인요양원, 신내노인요양원에서도 매월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활동에는 작년 한 해 287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서울우유는 올해도 이처럼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해에 이어 매월 셋째 주 수요일에는 밥퍼운동본부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매월 넷째 주 화요일에는 중랑노인요양원에서, 그리고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화요일은 중랑구의 신내노인요양원에서 임직원이 자원봉사에 참여하도록 적극 장려할 계획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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