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4일 오후. 서울 용산의 국방부 대연병장에선 축구대회가 열렸다. 합동참모본부의 대령 및 장성 등 고위 간부들로 구성된 선수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뛰며 공을 찼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축구장 옆에는 앰뷸런스도 대기하고 있었다. 맏형 격인 이상의(56) 합참의장은 이 날 발군의 실력을 과시했다.
이 경기는 지난달 10일 창단된 일명 ‘백호리그’였다. 백호리그는 축구광인 이 의장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대회로, 매주 열린다. 당시 합참은 대회 창설 취지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간부들의 체력 단련과 친목 도모를 들었다. ‘굳이 근무시간에 축구를 해야 하느냐’는 시선이 없지 않았지만 체력을 중요시해야 하는 군의 특성으로 보면 이해가 될 만도 했다.
그러나 이 날 열린 ‘별들의 축구 경기’는 다른 때와 달리 보기가 이만저만 불편하지 않았다. 불과 이틀 전인 2일 공군 전투기 2대 추락 사고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했기 때문이었다. 이 사고로 유능한 조종사 3명이 유명을 달리했고,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오리무중인 상태다. 여기에 엎친 데 겹쳐 3일 밤에는 육군 헬기가 훈련 중 추락해 또 다시 두 명의 조종사가 세상을 등졌다. 지금은 순직한 5명의 젊은 군인에 대한 영결식도 치르기 전인, 말 그대로 상중(喪中)이다.
이 날의 축구 관람 바라보는 게 힘들었던 건 군 관계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군 간부는 선수로 뛰고 있는 장성들을 바라보며 “(5명의 조종사들이) 다 자기 새끼들이었을 텐데…”하며 씁쓸해 했다. “국방부에 조기를 내걸어도 시원찮을 마당에 너무 한다”는 격한 관전평도 들렸다.
이 날 축구대회에서 C팀이 B팀을 1대 0으로 꺾고 이겼다. 그러나 옆에서 보기에 이날 경기의 승자는 없었다. 모두 패자이자 ‘배려심 없는 선배’에 불과했다.
진성훈 정책사회부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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