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에게 필요한 건 비즈니스인가, 의리인가. 최근 그룹 2PM의 멤버 재범의 영구 탈퇴로 2PM과 그들의 팬덤이 벌이는 일들은 아이돌 그룹에게 혼재된 두 가지 가치의 갈등을 보여준다.
사업적인 면만 보면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의 재범 탈퇴 결정은 당연하다. JYP 주장대로 재범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사생활 문제"를 야기했다면, 이런 직원을 보호할 기업은 없다. 2PM의 다른 멤버들도 직장에 위험을 끼칠 동료의 퇴사에 찬성할 법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아이돌 그룹은 춤과 노래만 팔지 않는다. 아이돌 그룹의 팬들은 멤버들의 의리에 더욱 끌린다. 아이돌은 카메라 앞에서 서로의 우정을 과시하고, 팬들은 그들의 가상 애정관계를 그리는 팬픽을 쓰는 것이 아이돌 산업이다.
특히 2PM은 재범이 10대 시절 인터넷에 쓴 한국 비하 글로 미국을 떠난 뒤 '의리 마케팅'이라고 할 만큼 멤버들의 의리를 강조했다. 정규 앨범 타이틀은 재범의 부재를 그리워하는 의미를 담은 '1:59'였고, 멤버들은 계속 재범에 대한 그리움을 언급했다. 팬들도 그런 그들의 모습을 지지했다.
그러니 팬들이 JYP의 비즈니스적인 입장에 실망한 것도 역시 당연하다. 재범의 탈퇴 이후 2PM의 일부 팬들은 2PM에게 야유를 보냈고, 어떤 팬클럽은 안티로 돌아섰다. 최소한 2PM은 재범의 탈퇴에 동의한 뒤 그의 이름을 언급하지 말았어야 했다.
물론 JYP는 재범의 일을 구체적으로 밝히자니 후폭풍이 두렵고, 묻고 가려면 탈퇴의 책임을 져야 하니 "사생활 문제"라는 어정쩡한 입장만 밝힐 수도 있다. 그래도 2PM을 성원한 팬덤에 대한 예의는 지켰어야 하지 않을까. 재범의 탈퇴로 성난 팬들에게 "나머지 멤버들이 탈퇴를 동의했다"며 그들을 간담회에 데리고 간 것은 팬들의 분노를 살만했다. 2PM과 팬들이 큰소리를 주고받는 일은 막았어야 했다.
반대로 팬들은 아무리 2PM의 의리를 지지했다 해도 그들에게 허용된 일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일부 팬들이 자행하는 2PM 멤버들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 유포와 개인정보 침해는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 실망한 팬들이 할 수 있는 건 2PM에 대한 비판이나 팬덤을 떠나는 것뿐이다.
아이돌이 "우리는 영원히 함께입니다!"를 외치던 시대는 갔다. 이제 아이돌은 노래나 예능 같은 엔터테인먼트를 팔고, 팬들은 이를 구매하는 냉정한 고객이 될 것이다. 판타지가 사라지고, 팬과 가수가 남남이 된 시대, 아이돌은 어떻게 팬들을 사로잡을까.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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