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은 치질 수술을 가장 많이 받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8년 전체 수술 134만건 가운데 치질수술은 27만건(20.1%)에 달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인구 10만명 당 544명이 이 수술을 받은 것이다. 뒤를 이어 백내장수술(25만건), 제왕절개수술(16만건), 일반척추수술(12만건)이었다.
하지만 치질에 걸렸다고 무조건 수술을 할 필요는 없다. 치핵과 치루 치열 등 항문 안팎의 3가지 질환을 통칭하는 치질 가운데 반드시 수술 해야 하는 경우는 치루 뿐이고, 치핵과 치열은 상당 부분 비수술적 치료법으로도 치료할 수 있다. 치질 환자가 수술을 선택할 때 염두에 둬야 할 사항과 비수술적 치료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본다.
입과 항문은 닮은 꼴
우리 몸의 소화기관은 입으로부터 시작해 항문으로 끝나는데, 항문은 영어로 '에이너스(anus)'라고 한다. 로마신화의 처음과 끝의 신인 '야누스(Janus)'에서 유래된 말이다. 입에는 입술이 있듯이 항문에는 항문이 잘 닫혀지도록 수도꼭지의 고무패킹 역할을 하는 부분인 '항문 쿠션(anal cushion)'이 있다. 항문 안쪽에 있는 이 쿠션 부분은 정상인에서도 배변 시 5㎜ 정도 밀려 나왔다가 일이 끝나면 제자리로 돌아간다.
무리한 운동이나 음주, 변비 등으로 항문 부담이 늘어나면 이 쿠션을 당겨주는 지지조직이 느슨해진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느슨해지며 너무 커지기도 한다. 그러면 피가 나거나, 밖으로 붓는 등 말썽을 부리게 된다. 이 상태를 '치핵'이라고 한다. 치핵은 항문 안쪽 보이지 않는 쪽에 위치하고 있으면 내치핵, 보이는 쪽에 있으면 외치핵이라고 부른다.
'치질은 병든 조직 아닌 정상 조직' 인식 바뀌어
최근까지 항문외과 전문의들은 치질을 항문에 정맥 덩어리가 늘어난 것으로 생각했다. 손상된 모세혈관 덩어리가 뭉친 병적 조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뭉쳐진 병적 조직을 깨끗이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뭉쳐진 조직을 완전히 들어냈다. 문제는 이렇게 조직을 완전히 들어내면 후유증이 오래간다는 것이다. 절제에 의한 출혈뿐만 아니라 조직을 과도하게 잘라내면 항문이 협착될 우려도 4%나 된다.
그러나 이제 치질은 단지 항문의 쿠션조직이 좀 늘어진 것이라는 개념이 널리 인정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치질 수술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바뀌게 됐다.
이처럼 치질을 정상 조직으로 보는 개념에서 개발된 것이 '점막하 치핵수술'이다. 이 수술은 치질 덩어리를 감싸고 있는 점막을 최대한 보존해 항문 기능을 최대한 정상화한다. 점막 절제 시 레이저 광선 칼을 이용하면 메스로 절제하는 것과 같은 절제효과에 더해 혈관 응고가 동시에 이뤄지므로 출혈도 적다. 덧붙여 밑으로 늘어진 점막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점막을 고정할 수 있는 '알타(ALTA)주사요법'을 추가로 시행하면 출혈과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항문기능 손실이나 협착 등의 부작용도 줄어든다.
그래서 이 방법으로 수술 받은 환자는 다음 날 퇴원할 수 있으며, 수술 후 평균 4~5일이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재발률도 1% 정도에 불과하다.
비수술요법은 어떤 게 있나
비수술요법으로는 알타주사요법이 가장 탁월하다. 알타주사요법은 1979년 중국에서 처음 개발된 황산알루미늄칼륨(백반)과 탄닌산을 주성분으로 하는 주사로 치질을 고치는 치료법이다. 주성분의 영문 앞 두 글자씩을 따서 치료법의 이름이 지어졌다. 주로 치질 1ㆍ2기에 시술한다(표 참조). 10, 96~99%. 2005 3 300. 2.
알타주사요법은 치핵에 주사를 4번 맞는 것으로 끝난다. 맞는 부위는 상극부 점막하층(1단계), 중앙부 점막하층(2단계), 점막 고유층(3단계), 하극부 점막하층(4단계)이다. 그래서 '4단계 주사법'이라고도 불린다. 시술이 매우 간편하면서 통증이 없고 출혈도 적으며, 시술 후 곧바로 퇴원할 수 있다.
1년 후 재발률은 13~20%에 불과하고, 재발되면 다시 시술할 수 있다. 시술 비용도 저렴해 10만원이 조금 넘을 정도다. 이선호 구원항문외과 원장은 "통증이 거의 없는 알타주사요법으로도 수술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그러나 이 시술은 내치핵이 주 증상인 환자에겐 효과가 좋은 반면 외치핵 환자에게는 효과가 적다"고 말했다.
고무밴드 결찰술도 많이 쓰여왔다. 고무밴드를 치핵 덩어리에 단단히 묶어 피가 통하지 않도록 해서 조직이 떨어져 나가게 하는 시술이다. 치핵이 심하지 않은 1기와 2기, 3기 초기의 경우에 시행한다. 다만 치핵 덩어리가 너무 크거나 작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보통 3주 간격으로 3회 정도 시술한다. 이재범 대항병원 치질클리닉 과장은 "고무밴드 결찰술 치료 시에는 감염, 패혈증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치료 경험이 많은 외과 전문의에게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전기를 이용한 치질 소작술, 레이저를 이용한 소작술 등이 있지만 기존 비수술 요법은 기대만큼 효과가 나지 않아 널리 쓰이지 않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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