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은 전반적으로 향상됐지만 지역별 격차는 여전했다.' ' 서울 경기 등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지역의 성적이 오히려 떨어졌다.'
교육과학기술부가 3일 발표한 2009학년도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지난해 10월 전국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교 1학년 등 총 193만여명을 대상으로 치러졌다.
성적 상승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와 달리 이번엔 이른바 학습부진아로 불리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이 크게 준 게 특징이다. 지역ㆍ과목별로 보통학력 이상_기초학력_기초학력 미달 등 세 등급으로 나눠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초6 1.6%, 중3 7.2%, 고1 5.9%로 작년의 초6 2.3%, 중3 10.2%, 고1 8.9%에 비해 크게 줄었다.
반면 기본 내용을 상당 부분 이해한 수준을 의미하는 보통학력 이상 비율도 늘었다. 초6의 경우 전년 대비 3.2% 포인트 증가한 82.5%, 중3은 6.1% 포인트 오른 63.7%였다. 고1도 63%로 2.7% 포인트 높아졌다.
교과부는 이런 결과를 매우 고무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공개된 뒤 학교별로 성적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벌어진 데다 학력 수준이 떨어지는 학교를 학력향상 중점학교로 지정해 집중 지원한 효과가 나타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교과부는 지난해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높은 1,440개교를 학력향상 중점학교로 지정, 학습부진아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해 왔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지역별 학력 차이가 두드러졌다. 고1의 경우 서울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9.3%로 가장 낮은 광주(2.6%)의 3.6배에 달했다. 중3 수학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전북 장수군 24%, 경기 연천군 22.8% 였으나 경북 청도군은 2.1%에 그쳤다.
사교육비 높은 지역 성적은 바닥
서울 경기 등 사교육비를 많이 쓰기로 유명한 지역의 성적은 바닥권이었다. 서울 중3 초6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각각 9%, 1.5%로 전국 평균에 비해 크게 높았다. 경기 역시 초6의 2.1%가 기초학력에 미달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런 결과를 두고 교육계 일각에서는 "사교육비와 학업성취도가 별로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교과부도 이날 브리핑에서 "사교육비 지출액과 학업성취도 간의 관련성이 적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서울과 경기가 각각 33.1만원과 26.9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최저 수준인 강원 충북 광주의 경우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최하위권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사교육 1번지인 서울 강남 지역이다. 강남 지역은 전 학년, 전 과목을 통틀어 보통 학력 이상 비율이 전국 최상위권이다. 특히 중3의 보통 학력 이상 비율은 국어 영어 수학 과목에서 전국 1위였다. 이 때문에 "사교육과 학업성취도가 무관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해석도 있다.
◆ 학업성취도평가
정부가 국가 교육과정이 제공하는 학업 수준에 학생들이 도달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매년 실시하는 전국 단위 시험.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일반계고 1학년이 대상이며 시험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5개다. 그간 표본평가를 해 오다 지난해부터 전수(全數)평가로 전환했다. 전체 학생의 성적을 분석해 16개 시ㆍ도 교육청별로 3단계(보통학력 이상-기초학력-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을 발표한다. 학생들에게는 우수 보통 기초 기초미달 등 4단계로 구분해 성적을 통지한다.
박철현 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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