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월 내리 상승하던 경기선행지수가 1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작년 하반기 이후 상승폭이 점차 둔화하던 것이 그러지 않아도 예사롭지 않았던 터. 단지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벌써 회복의 동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인지, 앞으로 2~3개월의 경기추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전달보다 0.3%포인트 떨어지면서 작년 1월 이후 12개월간 이어왔던 상승 행진을 마감했다.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작년 6월 상승폭이 2.8%포인트에 달했지만 2.1%포인트(7월) →1.2%포인트(8월) →0.8%포인트(9월) →0.7%포인트(10월) →1.0%포인트(11월) →0.3%포인트(12월) 등 매월 상승폭을 좁혀왔다.
1월 한 달만의 움직임을 놓고 섣불리 진단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선행지수가 꺾였다는 것은 수개월 후 실제 경기가 하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단정할 순 없지만 줄곧 상승폭이 둔화하다가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을 보면 경기의 전환점이 다가오는 신호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속도 조절이 됐든, 경기 하강이 됐든 지금까지의 회복세와는 다른 흐름이 예고된다는 것이다.
실물경기에서도 생산, 소비, 투자 모두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광공업생산이 전년 같은 달보다 36.9% 증가했다지만 작년 1월의 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컸을 뿐, 전달과 비교(전월비)하면 동일한 수준에 머물렀다. 설비투자(전월비 -9.8%)는 물론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전월비 -1.8%)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물론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선행지수와 달리 현재의 경기 국면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가 여전히 플러스다. 1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5포인트 상승하면서 11개월째 상승 흐름을 지속(작년 12월 수치는 당초 마이너스에서 0으로 수정)했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전례를 볼 때 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엇갈린 방향을 가리키는 경우 경기 흐름을 예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지수의 절대수준이 너무 높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차영환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선행지수 절대수준 자체가 그 동안 너무 높았기 때문에 일부 기술적인 조정이 이뤄지는 과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향후 2~3개월이다. 선행지수의 하락이 이어지거나, 실물 지표의 둔화세가 확연해지는 경우 경기의 큰 흐름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경묵 연구위원은 “회복 속도는 둔화되더라도 경기 상승 추세가 꺾였다고는 아직 보지 않는다”면서도 “단 2~3월 수치까지 좋지 않게 나온다면 재정의 경기 부양 효과 소진, 민간 자생력 부족 등을 감안할 때 경기 정점 통과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선행지수란
재고, 소비자기대지수, 기계수주, 교역조건, 주가 등 10개 지표를 토대로 작성된다. 동행지수가 현재의 경기흐름을 보여주는데 비해 선행지수는 통상 6개월 뒤의 경기 국면을 예고해준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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