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의 사회 진출과 지위 향상은 과거에 비하면 괄목할 만하다. 여성 정치인, 여성 고위 공무원과 대기업 임원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각종 고시에서 여성이 합격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조건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책도 시대 변화와 함께 진화를 거듭해 왔다. 그러나 화려한 외양과 달리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남성에 비해 여전히 불안정하고 취약하다. 남성 위주 문화와 의식, 제도가 드리운 짙고 긴 그늘 밑에서 성 평등의 실현은 아직도 요원한 상황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어제 발표한 '성평등 지수'에서도 이런 현실은 확인된다. 2005~2008년 성평등 지수는 0.584~0.594점(1점은 완전 평등, 0점은 완전 불평등)으로 남녀 간 불평등 수준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여성의 사회 지도층 진출 정도를 알 수 있는 '의사 결정'부문의 지수는 고작 0.116점에 불과하다. 남녀간 복지 수준 격차, 가사 노동 등 가정 내 평등, 범죄 피해 등 여러 부문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
실제 4대 대기업에서 여성 임원은 전체의 2%에도 못 미치고, 여성의 평균 임금은 남성보다 38%나 적다. 전문직 여성도 둘째 아이를 갖게 되면 사직을 해야 한다. 출산과 육아, 자녀 교육이 여성 몫이 돼버린 사회 풍조는 여성의 결혼ㆍ출산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할 국가 경제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다 줄 게 틀림 없다.
저출산ㆍ고령 사회에 다가갈수록 노동력 부족 현상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처할 방법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는 것뿐이다. 정부는 여성이 직장 일과 가사를 병행하며 육아 부담 없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와 여건을 갖춰 주어야 한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의 지적대로 우리 사회의 성 차별적 의식과 문화를 쇄신하고, 국가 주요 정책을 수립할 때마다 성 평등적 관점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없다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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