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소극적이던 입장변화… 우리법硏 해체 힘들듯
대법원이 우리법연구회를 포함한 법원 내 학술단체 실태파악에 나섬에 따라 이용훈 대법원장의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대법원장은 지금까지 보수진영의 사법부 비판 및 개혁 움직임에 대해 "사법부 독립을 지켜나가겠다"는 말로 대응해왔다. 우리법연구회 해체 요구에 대해서도 "법관윤리강령상 문제가 드러나면 그때 조치하겠다"는 소극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이 실태조사에 나선 것은 문제가 드러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찾아내 밝히겠다는 입장변화로 해석돼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일각에선 이 대법원장이 조만간 모종의 결단을 내릴 거라는 말도 나온다. 이 대법원장은 최근 신임법관 임명식에서 "일반적 상식에 비추어 받아들일 수 없는 기준을 법관의 양심으로 포장하는 것은 개인의 독단을 미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내부단속을 예고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일단 단순한 실태파악 정도로 봐달라는 입장이다. 법원 내 학술단체 전부의 명단과 활동내용, 운영비 재원 등을 조사한 뒤에 조치여부는 사실을 토대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에서도 이들 학술단체에 대해 전혀 파악이 안돼 있어, 지금껏 외부 비판에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었다"고 조사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대법원 내부전산망인 코트넷에 정식 등록된 학술모임은 도산법연구회, 교통산재손해배상실무연구회 등 20여개 정도다. 이들은 일정기준 심사를 거쳐 등록되며 일부 학술행사지원비 등을 지원 받는다. 그밖에 예산지원을 받지 않고 코트넷 내부에 학술행사 공지만을 위해 등록한 법원 내외부 단체는 216개에 달한다. 우리법연구회나 민사판례연구회 등이 여기에 속한다. 대법원 내부에서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 학술단체를 따로 파악해 관리하는 절차는 없다. 법관의 사적인 활동까지 감시하고 규제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서다.
대법원은 법관의 윤리문제나 재원의 투명성 등에 조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실제 A연구회에는 중견 IT업체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적지 않은 회비를 내고, B연구회에는 삼성을 비롯한 기업 법무팀과 검사까지 들어와 있는데, 이를 어디까지 허용할지가 쟁점"이라고 전했다.
여러 정황상 논란이 돼온 우리법연구회에 대해 해체권고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하는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간 줄기찬 비판에도 불구하고 우리법연구회의 이렇다 할 위법행위가 드러난 것이 없다는 점이 첫째 이유다. 대법원 관계자는 "윤리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우리법연구회를 해체시킬 명분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대법원장 입장에서 극단의 상황에 몰리지 않는 한 본인이 강조한 법관 독립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무리수를 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여권의 주장에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는 제스처 수준에 그칠 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일단 특정단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전반적 실태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위법행위가 없는 이상 제재할 수 없다는 대법원 입장은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