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경쟁 상대가 없다고 시청자를 무시하나."
KBS2 TV '1박2일'의 '시청자 투어 2탄'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이다. 이번 투어는 참가자들의 모습에 주목하지도, 집에서 TV를 봤던 시청자를 배려하지도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14, 21, 28일 3주간 방송된 '시청자 투어 2탄'은 참가자들이 2박3일간 제주도에서 벌이는 '리얼 야생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1만8,000 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7개 팀이 주인공이었다. 제작진은 이번 투어를 시작하면서 "준비기간 6개월, 출연 인원 110명, 제작 참여인원 200여명 등 역대 최다 물량 최대 규모"라고 자랑했다.
규모는 컸지만 내용이 문제였다. 특히 28일 방송은 강호동, 김C, 이수근 등 진행자들의 공연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시청자 투어'라는 제목을 무색하게 했다. 김종민이 마이클 잭슨의 춤을 흉내 내거나 이승기가 트롯 가요를 부르는 등 진행자들의 학예회 수준 공연은 전파를 탄 반면, 참가자인 11남매, 영월 상동고 졸업반, 은평구 개인택시팀의 공연은 볼 수 없었다. 진행자들의 공연 준비 장면까지 방송한 제작진에게 한 시청자는 "자기들끼리 장기자랑을 해놓고는 힘들었다고 생색까지 내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게다가 공연 직후 은지원은 참가자들에게 "여러분들은 로또(복권) 맞은 거예요"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대단한 공연을 봤으니 황송해 하라는 것이냐는 비난이 쏟아질 수 있는 대목인데도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 '시청자 투어'를 시작할 때 "시청자는 왕"이라며 큰 절을 했던 진행자들의 겸손했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결국 주인공이 됐어야 할 참가자들은 그저 객석을 지키면서 소리를 지르는 관객으로 전락했다.
또 야외 취침이냐 실내 취침이냐를 놓고 게임을 하는 '잠자리 복불복', 아침 식사를 건 '기상 미션' 등 '1박2일'만의 아이템은 대폭 축소됐다. 한 시청자는 "같이 여행을 떠났던 참가자들이 가장 해보고 싶어했고, TV 앞의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했던 '복불복'과 '기상 미션'은 1~2분으로 편집해 짧게 넘어갔다"고 불평했다.
숱한 논란에도 28일 방송된 '1박2일'은 시청률 24.3%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시청자들의 충고를 허투루 듣는다면 제작진은 조만간 시청률 하락을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 그들 말대로 시청자는 왕이 아닌가.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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