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논란에 대해"현재 국민투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당이 치열하게 논의해 결론을 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중대 결단' 발언으로 불거진 국민투표 논란이 일단 잦아들 전망이다.
'현재'라는 말에 주목해 '일시 보류'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있는데다 정치권의 국민투표 발언도 끊이지 않아 불씨는 남았다. 그러나 굳이 예견하기 어려운 장래의 가능성까지 붙들고 따질 이유는 없다고 본다. 정치는 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기 마련이다.
이번 소동에서 청와대가 너무 쉽게 말을 바꾸는 모습을 보인 것이 오히려 걱정스럽다. '중대 결단'을 언급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틀 만에 언론이 근거 없이 '국민투표 시사'로 해석했을 뿐, 자신은 국민투표의 '국'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의정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결론을 내야 한다는 뜻이었다"는 설명은 '중대 결단'을 국민투표로 해석한 언론의 관측을 뒷받침한다. 대통령의 언급에 따라 서둘러 자신의 말을 덮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의 말대로 '중대 결단'이 국민투표와 무관하다면 궁금증만 커진다.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세종시 수정안 관철 의지를 다짐했다. 따라서 남아 있는 선택 가운데 '중대 결단'이란 말이 어울릴 만한 것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청와대가 말을 바꾼 것이 아니라면, 국민투표를 검토하고 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뜻으로 들린다. 그 또한 아니라면 애초에 '중대 결단'이란 말 자체가 공연한 과장에 지나지 않았던 셈이다.
대통령의 중대 결단은 자주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언급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런 당위를 외면한 경솔한 말이 나온 것은 집권 3년째로 접어들면서 청와대의 긴장감이 풀어진 때문은 아닌지 우려된다. 여론의 반응을 떠보려는 마음이 앞서 나라가 온통 엉뚱한 논란에 휩싸일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결과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청와대의 말은 늘 절제되면서도 메시지가 분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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