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체들이 무한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외견상 서비스 경쟁의 양상을 띠고 있지만,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다. 결국 저가 경쟁이 치열해 사실상 서비스 질의 저하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택배업체들은 서비스 측면에서 차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CJ GLS는 3일 현재 지하철 1~4호선에서 시행중인 무인택배발송서비스를 지하철 5~8호선까지 확대했다. 얼마 전에는 한진이 시간 지정 직배송제를 도입했다. 일부 업체들은 모바일을 활용해 배송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기도 하고, 농산물택배서비스나 당일 택배서비스, 신용카드 결제서비스 등을 선보인 곳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대형업체들 사이의 경쟁일 뿐 중소 택배업체들은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배송 네트워크를 갖춘 업체는 20곳이 채 안되지만 '택배'란 이름을 달고 있는 업체는 150곳이 넘는다. 당연히 과당경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택배 단가다. 대다수 택배사는 기업고객의 물량이 80%를 차지하는 상황이라 어떤 식으로든 단가 인하에 대한 압박을 받는다. 기업 입장에선 박스당 단가를 100원만 낮춰도 연간 수십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1999년에 비해 유류비는 160.7% 오른 반면 택배 단가는 42.3%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택배업체는 영업소의 수수료를 인하하게 되고 택배사원의 근로환경은 악화한다. 또 질 좋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는 만큼 결국은 그 피해가 고객들에게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택배 관련 불만ㆍ피해는 4,000건이 넘었고, 명절을 전후해선 평소의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법과 제도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택배업이 도입된 지 19년이 지났고 매년 10~20% 정도 성장해 시장규모가 3조원에 달하지만 아직까지 관련법규조차 없기 때문이다. 화물터미널 등 필수인프라와 관련 기준이 만들어지면 업체 난립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택배업계에선 화물차 증차 제한을 풀어달라는 요구도 많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 이후 2004년부터 공급 제한을 목적으로 화물차 증차를 제한하고 있지만, 해마다 급증하는 택배시장의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가 종합물류기업 혹은 우수업체 인증제를 도입해 제한적으로 증차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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