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 발전소 수주로 우리나라 원전 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돈벌이와 멀다고 생각돼 온 기초과학 분야에서 이룬 성과라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 자랑스럽다. 원자력 테두리 안에 방사선이 있다. 이 보이지 않는 빛은 의학분야에서 암 진단과 치료에 필수적이다. 방사선을 이용한 영상촬영으로 암세포를 찾아내고 진행 정도를 알아낸다. 치료 방사선은 영상촬영 방사선보다 에너지가 수천 배 많은 방사선인데, 이 방사선으로 방사선 투과성을 이용해 절개하지 않고 암세포만 공격해 치료한다.
불과 십여 년 전만해도 임치료는 암을 제거하는 것에만 집중됐다. 그러나 치료성과 즉, 생존율이 같다면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현재 암 치료의 주 원칙이다.
그러면 삶의 질이란 무엇인가? 신체의 주요 기능을 희생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치료에 방사선 치료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 방사선 치료는 삶의 질을 최대한 높이면서 암을 치료한다. 방사선 치료를 통해 두경부암 환자는 외모에 큰 변화 없이 치료 받아 사회생활도 할 수 있게 됐다.
입술암 환자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으며, 성대암은 이를 통해 목소리를 보존하면서 90% 이상 치료된다. 유방암은 아주 악화되지 않았다면 암 덩어리만 떼내고 치료해 유방을 보존하므로 여성에게 상실감을 주지 않는다. 항문암은 항문을 보존하면서 완치할 수 있다. 하부 직장암도 방사선치료를 하고 종양이 줄어들기를 기다려 수술하면 항문 희생을 피해 배변주머니를 차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앞선 기술을 환자에게 적용하게 된 것은 순전히 의사들이 노력한 결과다. 이 분야의 전문 인력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도 못 미치는 열악한 환경에서 앞선 나라에 가서 기술을 배워오고, 세제 혜택도 없는 고가의 장비를 들여오면서 신기술을 개척했다. 이제 우리의 방사선 치료기술은 세계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
방사선 암 치료는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방사선은 무색 무취 무형이어서 전혀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사선이 처방한 양만큼 제대로 쪼이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를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등 안전성 확보를 위해 전문성이나 질적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일본은 진단방사선과 의사가 하루는 방사선 영상판독을 하고 또 하루는 방사선 암 치료를 해야 해 전문성이 떨어지고, 중국은 엄청난 숫자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지만 질 관리가 소홀해 불안하다. 또 사회주의 의료체제인 유럽도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방사선 치료는 품질관리가 아주 철저해 세계방사선의학계에서도 우리 시스템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암치료 분야에서 외과, 내과 의사들만 명의로 알려졌지만 앞으로는 방사선종양학과 의사들이 주목을 받을 것이다.
성진실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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