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색과 고운 향으로 피는 우리 마당의 매화꽃을 보니 올핸 봄꽃이 참 좋을 것입니다. 이른 봄부터 비가 많았기에 봄 나무는 밝고 환한 꽃을 피워 선물해 줄 것입니다. 뿌리 가득 생명의 물기를 머금은 꽃나무는 지금쯤 아주 신이 나 있을 것입니다. 나무 몸 속의 '꽃 보일러'를 쉬지 않고 돌리며 꽃을 만들고 있을 것입니다.
봄꽃이 피는 순서가 있습니다. 춘서(春序)라 하지요. 그 처음인 매화꽃이 시인을 아찔하게 만드는 '명작'인 것을 보아 연이어 피어날 봄꽃마다 그러할 것입니다. 하마 벌을 치는 농부들은 '벌깨우기'를 시작했을 것입니다. 벌통에서 벌들이 쏟아져 나와 꽃을 찾아 나는 비행이 잦아질 것입니다. 꽃축제 소식이 속속 도착하고 있습니다.
남도의 대표적인 꽃축제인 광양 매화축제는 이 달 13~21일, 구례 산수유축제는 18~21일에 열린답니다. 그때가 가히 꽃의 절정이라는 것이지요. 올 봄엔 사람이 피우는 꽃도 좋습니다. 서울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개인전 주제가 '꽃'이라 합니다. 올해 우리 나이로 100세인 작가라 합니다.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는 세계 최고의 작가라 합니다. 그 '왕할머니'가 피우는 피보다 붉은 꽃이 보고 싶지만 당신은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봄꽃은 사람이 사람에게 활짝 웃어 보이는 꽃 중의 꽃, 환한 웃음꽃이라는 것을.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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