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피해를 입은 칠레에 국제사회의 도움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경우 빈약한 지원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지난 1월 아이티 지진 참사 때에 비해 칠레에 대한 미국 지원은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AP통신은 3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위성전화 25대를 건네주면서 도움이 절실한 칠레에 미미한 원조를 했다"고 보도했다. 또 클린턴 국무장관은 칠레 방문 때 지진 피해가 거의 없는 공항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미온적 원조는 일단 지진 사태 초반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이 "많은 원조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진 피해가 커지고 굶주림 속에서 약탈이 횡행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비판이 일자 바첼레트 대통령은 마지 못해 원조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래서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의료진 및 구호물품 지원 등이 증가했지만 왠지 미국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자존심을 구긴 바첼레트 대통령이 "나는 오직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며 지원을 우회적으로 요청했지만 미국은 여전히"준비는 돼 있다. 칠레가 미국에 요청하기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미국이 11일로 예정된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 이후를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피녜라 당선자는 "누구를 비난할 상황은 아니다"며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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