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던 시절에 유행했던 장내 기생충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준행 삼성서울병원 내과 교수팀은 2000~2006년 건강검진을 처음 받은 7만8,073명(평균나이 49.4세)을 대상으로 분변 내 기생충 양성률(陽性率ㆍ감염확률)을 조사한 결과, 7년 간 장내 기생충 양성률이 2000년 2.51%에서 2.63%, 3.56%, 4.04%, 4.48%, 3.94%, 4.45% 등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7년치 전체를 놓고 보면 기생충 유병률이 1년에 평균 1.15배씩 증가한 셈이다.
대변 검사에서 발견된 기생충은 회충과 편충 간흡충 요코가와흡충 광열열두조충 왜소아메바 대장아메바 람블편모충 이질아메바 등 모두 9종이다. 눈에 띄게 늘어난 기생충은 흡충에 속하는 간흡충과 원충인 왜소아메바이다.
간흡충의 경우 양성률이 2000년 0.45%에서 2006년에는 1.4%로 크게 늘었으며, 왜소아메바도 2000년 1.23%에서 2005년에는 2.29%로 약 1% 포인트 상승했다.
간흡충이 증가한 것은 기생충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진데다 감염 원인인 참붕어와 모래무지 등의 담수어를 날로 먹거나 덜 익혀 먹고, 먹는 구충제도 주로 장내 선충에만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반면 왜소아메바는 분변이나 사람간 접촉, 오염된 식수 등을 통해 감염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토양 매개성 기생충으로 잘 알려진 회충의 경우 2000년에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는데 2006년에는 0.01%의 양성률을 보였다. 또 편충도 0.01%에서 0.72%의 양성률을 보였지만 편차가 크지는 않았다.
지역별 기생충 양성률을 보면 부산과 울산 경남 거주자가 2000년(3.63%)을 제외하고 매년 최고수치(6.15~10.41%)를 나타냈으며, 서울과 인천 경기 대구 경북 지역도 기생충 양성률이 의미 있는 증가세를 보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생충 감염을 과거에나 유행했던 질병으로 생각해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생활양식 변화로 기생충 감염이 늘고 있다"며 "간흡층과 왜소아메바 등 치료를 필요로 하는 기생충질환 예방을 위한 대국민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에는 장내 기생충 검사를 위해 대변을 채취해 오라고 해도 이를 따르지 않는 검진자들도 꽤 있다"며 "하지만 기생충이 장내에 서식하면 체중감소와 영양장애는 물론 심하면 복통이 생길 수 있고, 머릿니와 요충 등의 체외 기생충도 다시 느는 만큼 기생충 감염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