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법원 내 연구모임은 역시 우리법연구회(우리법)다. 하지만 우리법과는 다른 차원에서 민사판례연구회(민판)도 판사들 사이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어왔다. 이 두 단체는 공통적으로 회원가입과 활동이 폐쇄적이라는 점에서 법원 안팎에서 지적을 받고 있지만, 긍정적 성과도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우리법은 1988년 6월 전두환 정권이 임명한 사법부 수뇌부가 유임된 데 반발해 일어난 2차 사법파동을 계기로 창립된 연구모임이다. 당시 사법부 수뇌부 개편 촉구성명을 주도한 김종훈 변호사와 고(故) 한기택 대전고법 부장판사, 이광범 서울고법 부장판사,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창립멤버였다. 초대회장은 박시환 현 대법관이다.
현재는 오재성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가 회장을 맡고 있다. 회원수는 120여명으로, 모두 법관으로 구성돼 있고 매달 정기세미나를 열어 하나의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한다.
민판은 민법의 대가인 서울대 곽윤직 교수와 제자 10여명이 1977년에 만든 모임으로 현직 판사 110여명을 포함해 교수, 변호사 등 2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훈 대법원장, 양창수 대법관, 김황식 감사원장(전 대법관), 김용담 전 대법관 등이 이 모임 출신이다.
법원 내 최고 엘리트들이 모인다는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 곽 교수가 초대회장이었고 현재는 윤진수 서울대법대 교수가 회장을 맡고 있다.
우리법은 그간 사법개혁, 법관인사제도 등을 주로 연구했고, 양심적 병역거부, 근로자 파견제, 산업재해 등 그 동안 소홀히 다뤄졌던 소외계층과 인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판은 민사판례가 부족했던 시절에 일본 미국 등 외국 판례를 번역하고 분석하는 등 법률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년 발간되는 논문집은 법조계에서 널리 읽힌다.
그러나 이 두 단체 모두 배타적, 폐쇄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민판은 최근 비서울대로 문호를 확대했다고 하지만, 그간 서울대 출신으로 성적이 우수한 사람 중에서 매년 5명 정도로 뽑아왔다. 고위 법관들 상당수가 이 단체 출신이라는 점에서 엘리트 법관 모임의 성격이 강하다.
우리법도 마찬가지다. 법관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고 공지하고 있지만, 그 동안 회원 선발에 있어서 폐쇄적이었다. 명단이 일부 공개되기도 했으나 판사들도 동료가 회원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공개세미나를 열기도 했지만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어 배타적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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