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금지됐던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가 마침내 가능해질 전망이다. 단, 직접 소유는 안되고 지주회사와 금융사 사이에 금융 부문을 포괄하는 '중간지주회사'를 둬 별도의 감독과 규제를 받게 된다.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일 여야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잠정 합의를 이뤘다. 개정안은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를 허용하는 대신, ▦3개 이상의 금융자회사(보험사 포함)를 두고 있거나 ▦금융자회사 총 자산규모가 20조원 이상일 때는 중간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중간지주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감독을 받는 일반지주회사와 달리, 금융위원회 감독을 받는다.
중간지주회사 제도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동시에, 금융과 산업의 동반 부실 등 '금산결합'에 폐해를 미리 방지하자는 목적. 그 동안 중간지주회사 설치 기준을 놓고 여야, 공정위가 입장차를 보여왔는데 이 부분이 마무리됨에 따라 다음 국회에서 통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종전까지는 그룹들이 지주체제로 가기 위해선, 금융업을 포기하거나 아예 지주사 밖에 두어야 했다. 또 지주체제를 일단 구축하면, 금융업 진출 자체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젠 금융회사 소유금지 규정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을 꺼려왔던 대기업들도 지주회사로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3개 이상 금융자회사를 갖고 있거나, 금융자회사 총자산이 20조원 이상인 중간지주회사 설립가능 그룹은 현재 삼성, 현대ㆍ기아차, 롯데, 한화, 동부, 동양 등 모두 6곳이다.
시장에선 전체 지분구조나 소유구조를 놓고 볼 때 이 중 현대ㆍ기아차그룹과 한화그룹이 중간지주회사 체제를 취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현대차와 한화의 지주회사 전환이 원활해질 수 있게 됐다"며 "중간지주회사를 통해 산업과 금융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은 현행법 하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자동차 사업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카드, 캐피탈 등을 포기해야만 했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이들 기업을 중간지주회사로 묶어 계속 소유할 수 있게 됐다. 한화그룹 역시 대한생명 지분을 분할해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한화가 높은 지분율(57%)을 유지하고 있는 대한생명 지분을 매각해 재무구조 개선 및 신규사업 확장에 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삼성은 별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 현행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가려면 워낙 막대한 돈이 들기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 자체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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