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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가가 나서야 할 '낙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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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가가 나서야 할 '낙태 해결'

입력
2010.03.03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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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연간 35만 건 정도의 낙태수술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하루 1,000건에 해당하는 엄청난 숫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낙태수술이 이렇게 만연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의료보험의 초기 단계부터 일관되게 유지되는 저수가 정책을 꼽을 수 있습니다. 산부인과 운영이 어려워졌고, 힘들고 위험한 분만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낙태수술이 손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것입니다. 국가에서 산아제한을 위한 피임의 한 방법으로 장려된 이후, 낙태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자리잡게 된 것도 중요한 원인입니다.

엄연히 낙태금지법이 존재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당국이나 검찰의 단속 의지가 거의 없어 사실상 묵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낙태가 불법인 사실조차 모르는 국민이 부지기수며, 원하면 언제든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합니다.

낙태수술을 하는 대부분(95.6%)이 불법이며, 합법적인 경우는 4.4%에 불과합니다. 불법 낙태의 이유로 드는 '여건'이란 경제적 능력이 없어서, 터울조절에 실패해서, 아기를 키울 형편이 못 되서, 본인의 출세나 성취를 위해서, 그냥 아기를 낳기 싫어서 등 대부분이 개인적 이유들입니다. 이렇게 자기 뱃속의 아기를 서슴없이 포기하고 있으며, 이런 일들이 대부분의 병원에서 너무나도 쉽게 행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런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잘못된 분위기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먼저 산부인과 의사들이 불법 낙태수술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몇 분의 동료 의사를 고발했으며, 동시에 사회ㆍ경제적 인프라를 조성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영유아 보육시설, 분만 지원금, 육아 지원금, 미혼모 지원, 기형아 지원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정착돼 있는 복지환경이 우리에겐 너무도 부족합니다. 또한 사교육비 문제,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단시간에 바뀌기는 어려운 사안들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여성을 낙태로 몰아가는 주범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외면하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가까이 중장기 정책만 내놓고 있다가 이번에 새로 종합대책이라고 발표했는데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실효성 있는 방안이 아니라 여론무마용에 가까운 내용들 뿐입니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 사회ㆍ경제적 인프라를 만들려는 의지는 없고, 간단한 법령 개정으로 손쉽게 해결하려 든다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여성의 행복추구권이나 선택권을 주장하며 낙태 합법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낙태는 결코 산모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산모를 행복하게 해주지도 않으며, 오히려 정신적ㆍ신체적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죄 없는 아기에게 자기 인생을 살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일단 임신했으면 마음 놓고 출산할 수 있는 사회로 바꿔 나가는 것, 낙태보다 더 안전한 출산과 양육을 도와주는 것, 다시 말해 출산 친화적이며 여성인권 보호적인 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으로 임신한 여성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입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10대 임신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낙태라는 사건이 본인의 인생에서 얼마나 큰 상처로 남게 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낙태를 해야만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하고, 그렇지 않으면 퇴학을 시켜버리는 학교의 이중성, 상대 남성의 경우 어떠한 책임도 질 필요가 없다는 사회적 인식 등으로 여성만 피해자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불합리하고 비도덕적인 상황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청소년에 대한 실질적인 성교육과 피임교육이 시급합니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이유는 너무나 자명합니다.

차희제 프로라이프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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