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미국 LA도심 자동차 영업점이 밀집한 사우스 피규에로아가와 윌셔가. 각 업체마다 도요타 리콜 사태로 인한 반사 이익을 노린 판촉전이 한창이었다. 각 사 영업사원들은 차량 구입시 공식적인 혜택 외에 더 많은 할인이 가능하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한 외국계 자동차 업체 고위 관계자는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는 “막대한 영업비용을 쏟아 붓고도 실적이 시원치 않을 경우, 자금 사정이 뻔한 업체는 기회가 아니라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 리콜발 세계 자동차 업계의 지각 변동이 심상치 않다. 일단, 미국시장에서 도요타 리콜 사태의 승자는 미국의 포드와 GM, 르노닛산, 현대기아차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칫 과다한 출혈 경쟁에 나설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대량 리콜이 다른 업체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어서 자칫 공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까지 감돌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도요타는 전년동기대비 판매대수가 12%나 줄어든 반면 포드, 르노닛산, GM, 현대ㆍ기아차는 10%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들은 도요타 차량을 자사 차로 교체시 1,000달러를 지원해주거나 딜러 마진을 늘리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특히 포드는 사태가 본격화한 2월 한달에만 14만2,285대를 판매, 12년만에 GM을 추월하고 미국 내수1위 업체에 올랐다. 2월까지 누적 판매에 있어서도 전년동기 대비 34%나 증가해 제1의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평가다. 딜러 마진을 확대하고 뉴 토러스와 소형차 포커스 등이 좋은 반응을 얻은 덕분이다. GM도 1,2월 누적판매가 13%나 증가했다. GM은 지난해와 올해 출고된 차량 구매자에게 60개월 무이자라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외국 업체로는 르노닛산이 올 1,2월 전년동기 23%나 판매가 급증했다. 알티마, 인피니티 등 도요타의 인기 차량인 캠리, 렉서스와 타깃시장이 겹쳐 그야말로 반사 이익을 톡톡히 본 셈이다. 현대ㆍ기아차도 신형 쏘나타와 쏘렌토R을 앞세워 1,2월 11만68대를 판매, 11% 판매가 증가했다.
도요타도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최소 6조엔(약77조원)에 달하는 내부 유보금을 쏟아 부을 태세다. 2일(현지시간) 도요타는 미국에서 일부 차종에 대해 5년간 무이자 할부 구입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자사 차 보유자가 다시 도요타 차를 구입할 경우 오일 교환 등 유지 비용을 2년간 무료로 서비스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업체별 보조금 확대 경쟁이 경영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금이 부족한 GM 등 미국 업체는 자칫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무리한 마케팅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량 리콜 확산도 부담이다. 3일 닛산은 브레이크 페달 등의 결함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마다, 패스파인더 등 54만대에 대한 리콜을 발표했다. 앞서 GM은 1일 코발트와 G5 등 소형차 130만대에 대해 리콜을 실시하기로 했다. 세계 1위를 노리는 폴크스바겐도 지난달 19만대 리콜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도 최근 도어 잠금장치 오작동 가능성과 에어백 센서 문제로 신형 쏘나타와 투싼ix를 리콜하기로 한 상태.
이항구 산업연구원 자동차팀장은 “도요타 리콜 사태는 장기적으로 다른 업체들에게도 품질 향상에 대한 비용 증가를 초래할 것”이라며 “과잉 경쟁을 통한 단기적 이득을 노리는 것도 좋지만 리콜 사태가 진정된 이후를 대비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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