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졸속·탁상행정이 빚은 낙태 예방대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졸속·탁상행정이 빚은 낙태 예방대책

입력
2010.03.03 01:08
0 0

정부가 1일 발표한'불법 임신중절(낙태) 예방 종합계획'은 사안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현실적 상황 관찰도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고 불법 낙태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며 내놓은 대책에서 정부의 실천의지를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가족부에 신고센터를 두고, 낙태시술 광고를 못하게 하며, 해당 의사를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 퇴출하겠다는 것 등이 종합계획의 골자인데,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산부인과 의사들의 모임인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상습적 불법 낙태시술 의혹이 있는 병원 3곳을 검찰에 고발한 일이 종합계획을 마련하게 된 계기가 됐다.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대책의 필요성이 강조되자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종합대책이라고 뚝딱 만들어 발표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탁상행정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사문화되어 있던 규정을 손질해 꺼내 놓았는데, 당연히 현실적 대책이 될 리가 없다.

정부가 불법 낙태 문제에 얼마나 무심하였는지는 변변한 실태조사 하나 없다는 점에서 잘 알 수 있다. 이번 발표에서도 2005년의 조사결과를 인용하여 연간 34만2,000건의 낙태시술이 이뤄졌다고 밝혔는데, 이후 새로운 현황조사도 하지 않고 어떻게 오늘의 종합대책을 발표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불법 낙태 문제를 신종플루나 조류독감처럼 여기는지 소독약 뿌리듯 병ㆍ의원만 단속하면 된다고 여기는 발상도 놀랍다.

지금부터라도 새로 시작해야 한다. 의사들에 대한 그 동안의 제재가 현실성이 없어 규정들이 사문화되었는데 다시 내놓은 대책도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불법 낙태가 만연한 원인에 대한 근본적 처방이 없는 한 이른바 '풍선효과'만 키울 뿐이다. 병ㆍ의원의 관점이 아니라 환자 당사자의 입장과 처지를 아우르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 4월 중 '사회협약'을 도출키로 하고 지난 달 첫 회의를 했으니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해 진정한 종합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