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일 현재 723명으로 늘어났고, 제2도시 콘셉시온에서는 비명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 칠레 최대 와인 제조업체는 와인생산을 중단했으며,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칠레 역사상 최악의 비상사태”로 규정했다.
시민들 “식료품을 나눠주지도 팔지도 않는다” 분노
진도 8.8도의 강진이 칠레를 뒤흔든 지 나흘 째 접어든 2일,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칠레제2의 도시 콘셉시온에서는 전력난과 식수난으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외신들은 “슈퍼마켓에 불을 지르고 약탈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물과 식료품 통제가 분노를 부르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카르멘 노린(42)씨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슈퍼마켓 안에 물, 식료품, 기저귀가 가득한데 경찰이 막고 있다”며 “돈을 받고 팔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바첼레트 대통령이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무료로 나눠주면, 정부가 보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앞서 1일 약탈에 나선 160명을 체포하고 1명을 사살했던 경찰은 “우유나 밀가루, 생수, 기저귀 등을 갖고 있다면 체포하지 않겠지만 텔레비전을 운반하고 있다면 체포할 것”이라고 기준을 밝혔다.
아파트 잔해에서 벽 두드리며 구조요청
콘셉티온의 무너진 15층 아파트에서 인명 구조작업도 계속되고 있다. CNN은 아파트 구조물 안에서 생존자가 벽을 ‘탁탁’두드리며 구조를 요청하는 소리가 들려 구조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지진 후 규모 5.0 이상의 여진이 121차례나 발생해 구조대원들도 위험을 무릎 쓰고 작업에 나서고 있다. 칠레 전역에서 대형병원 6곳이 무너지고 2곳이 크게 손상을 입어, 해군이 야전병원을 설치해 부상자 치료에 나서는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지 통신망이 복구되면 희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손실도 가시화하고 있다. 칠레 최대 와인 제조업체인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는 와인 양조장 등이 심각한 피해를 입어 최소 일주일간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나마 구리광산은 생산을 재개해 안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보험업계가 이번 지진으로 최대 80억달러(약 9조원)의 피해를 입어, 보험료 상승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했다.
산티아고는 안정 찾아… 각국 지원시작
수도 산티아고는 전기와 상수도가 복구되고 안정을 찾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휴대폰도 이용할 수 있으며, 다른 편의시설 사용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유엔은 칠레 정부가 임시 교량, 야전 병원, 위성전화, 발전기, 정수 설비, 의료장비 등을 요청함에 따라 지원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선 45대의 위성전화와 30톤의 구호식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칠레 방문길에 위성전화 20대를 가져가기로 했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영국, 볼리비아 등도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칠레는 부국에 속하고 자체 구호능력이 있어 아이티 지진 때와 같은 대규모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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