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 유영철, 마포 발바리 등 연쇄범인들의 은신처 위치를 반경 수백m 내로 좁힐 수 있는 수사기법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그간 여러 범죄현장의 물적ㆍ행동적 증거를 바탕으로 범인상을 추론하는 과학수사는 발전했지만 지리적 추론기법은 손도 못 댔던 터라 의미가 크다. 더구나 과학수사 선진국인 미국 프로그램보다 예측력이 훨씬 좋아 앞으로 연쇄범죄 수사에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는 2일 "지난해 4월 개발한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GeoPros)으로 과거의 연쇄강도강간사건들을 1년간 검증한 결과, 미국의 유사 프로그램보다 예측력이 10배 정도 높았다"고 밝혔다. 지리적 프로파일링은 범인이 사건을 일으킨 장소를 분석해 다음 범행장소와 궁극적으로는 범인의 거주지를 가늠하는 수사지원 기법이다.
실례로 2002년부터 7년간 벌어진 대구구미 연쇄강도강간사건(46건)의 경우 범인이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40대 가장으로 휴무일 전날 범행을 저지른 것까지는 추론이 됐다. 문제는 집과 직장 친구네 등 사건마다 범행거점이 달랐고, 심지어 명절 때는 경북 구미시의 친척집에서 범행을 한 탓에 범행지역의 반경이 21㎞나 됐다. 범인특성을 안다 한들 범위가 너무 넓어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 수준이었다.
이에 미국 프로그램(CrimeStat)으로 추적해보니 범인의 위치가 반경 2㎞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국내 개발 프로그램을 적용했더니 범인의 은신처를 반경 200m 이내로 좁힐 수 있었다.
개발자인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강은경(29) 경위는 "시간과 인력의 낭비를 줄일 수 있고, 전문가만 사용하는 미국 프로그램과 달리 누구나 쉽게 쓸 수 있어 연쇄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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