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이 민주당 내에서도 큰 장벽에 직면했다. 지난해 통과된 민주당 단독의 하원 법안에 찬성했던 의원들이 대거 반대 또는 찬성 유보 쪽으로 속속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공화당과의 건보 토론회에서 초당적 합의에 실패한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사면초가에 빠지는 형국이다.
민주당 내 반란은 하원에서 두드러진다. 특히 낙태에 반대하고,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온건파들이 이를 주도한다.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말 제안한 수정안이 지나치게 낙태(낙태시술에 대한 보험 적용)에 유화적이고, 재정적자를 가중시킨다고 비판한다. 11월 중간선거에 나서는 의원들이 대부분이어서 ‘재선을 위한 정치적 반대’라는 의심을 받으나, 이들이 하원 표결을 좌우할 사실상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어 지도부가 당론이라는 명분으로 밀어붙이기도 힘들다. 지난해 11월 하원안에 찬성했던 219명의 민주당 의원들 중 자신의 입장을 바꿀 움직임을 보이는 의원은 40여명에 이른다. 민주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수정안을 토대로 새 개혁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키고, 이를 다시 상원에서 ‘조정’(reconciliationㆍ60석이 아닌 단순 과반(51석)으로 가결) 방식을 통해 표결 처리한다는 계획이나 중도파들의 반란으로 하원에서의 수정안 통과 자체가 불투명하게 됐다.
제이슨 알트마이어 의원은 “(오바마의) 안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나를 포함한 많은 의원들이 지난해 찬성표를 던진 뒤 가졌던 후회감을 뒤엎을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기류가 심상치 않자 오바마 대통령도 수정안을 대폭 완화할 뜻을 비쳤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1일 “오바마 대통령이 상당히 축소된 안을 검토 중”이라며 “3일께 이에 대한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건보개혁을 지지했던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도 비판적 기조로 돌아섰다. 그는 이날 CNBC 방송과의 회견에서 “현재의 건보제도인 플랜 A와 상원의 플랜 B 만 보면 B를 선택하겠지만, 국민이 희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플랜 C를 더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