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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세계 100조 트랙터 시장 뚫는다" LS엠트론 전주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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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세계 100조 트랙터 시장 뚫는다" LS엠트론 전주 공장

입력
2010.03.03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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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짜리 트랙터입니다."

트랙터를 만드는 LS엠트론의 전북 전주 공장. 이영준 LS엠트론 트랙터 품질보증팀 부장이 옆에 서 있는 트랙터를 가리켰다. 바퀴 높이만 2m. 그 위에 운전석이 있으니 한참 올려다 봐야했다.

단순 농기계로 알았던 트랙터 가격이 1억원이라니, 놀랄 일이다. 그런데 내막을 들어보면 그럴 만 했다. 이 트랙터는 혼자서 약 50가지 일을 해내며 말 100마리가 끄는 힘으로 드넓은 간척지 개간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이 공장에서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차세대 트랙터를 개발중이다. 일명 하이브리드 트랙터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트랙터의 숨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트랙터는 만능이다

인류는 도구를 사용해 농사를 지으면서 문명이 발달했다. 그 도구가 지금은 트랙터로 발전했다. 트랙터란 자동차처럼 움직이면서 각종 도구를 운용할 수 있는 기계다. 연결할 수 있는 도구만 무려 48가지. 기본적으로 농기계여서 논밭을 갈지만, 다양한 도구를 붙이면 눈을 치우고 골프장의 잔디도 깎고 썰매를 끄는 등 온갖 일을 한다.

움직이면서 도구까지 작동시켜야 하므로 힘이 세야 한다. 그래서 트랙터는 마력이 높을 수록 비싸다. 미국 수입품인 100마력짜리 트랙터는 1억원을 호가한다. 서산 간척지처럼 드넓은 벌판을 혼자 갈아엎을 수 있는 대형 기계다. LS엠트론은 5,000만원대인 90마력 이하의 제품을 만든다.

최고 시속은 40㎞. 더 빨리 달릴 수 있지만 안전을 위해 속도를 제한했다. 참고로 트랙터는 농기계여서 면허없이 운전할 수 있다.

세계 시장 규모는 100조원

원래 LS엠트론은 휴대폰 안테나를 만드는 회사다. 트랙터 사업은 1983년에 LG그룹의 금성전선 시절 한국중공업 트랙터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시작했으나 농기계라는 이유로 20년 이상 홀대받았다. 이후 LS그룹으로 분리된 뒤 2008년에 LS엠트론을 설립하면서 트랙터 사업을 본격 확대했다. 주력 사업은 첨단 기기인 휴대폰 안테나였으나 지난해 전체 매출 6,915억원 가운데 트랙터가 1,759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올해 1순위 사업으로 떠올랐다.

LS엠트론이 트랙터를 우선 하는 것은 세계 시장 규모 때문이다. 전세계 많은 지역에서 농사를 짓다보니 트랙터의 시장 규모는 무려 100조원에 이르며 CNH, 존디어 등 미국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김덕구 LS엠트론 트랙터 사업기획팀장은 "인류가 농사를 짓는 한 트랙터를 사용할 것"이라며 "세계 시장은 118만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당연히 LS엠트론도 세계를 겨냥해 올해 하반기 완공 예정으로 중국 칭다오에 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 시장만 22만대 규모로 미국(21만대), 유럽(20만대)보다 크다. LS엠트론은 중국 공장이 완공되면 본격적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냉장고 달린 트랙터 등 제품 차별화가 경쟁력

이 업체의 경쟁력은 차별화를 통한 다품종 소량 생산이다. 4만6,000평 규모의 전주 공장에서 무려 190종의 트랙터를 만든다. 생산 공정은 자동차와 비슷했다. 한 쪽에서 엔진을 조립해 다음 라인으로 보내면 이를 프레임에 안착시키고 타이어 등 각종 부품을 붙인다.

지난해 이 업체에서 만들어 국내외에서 인기를 끈 트랙터 '플러스'는 아이디어의 집합체였다. 이 트랙터는 세계 최초로 자동차처럼 자동 변속기를 달았다. 페달을 밟고 간단하게 스위치를 건드리면 기어가 손쉽게 바뀐다.

또 운전석 옆을 보니 작은 아이스박스 크기의 냉ㆍ온장고가 달려있다. 이 부장은 "도시락, 음료수와 보약 등을 넣고 다니며 들일 할 때 먹으라고 부착했다"며 "냉ㆍ온장고가 달린 트랙터는 최초여서 세계 24개국에 수출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가족을 태울 수 있도록 운전석 옆에 보조석을 부착한 것도 최초였다.

하이브리드 트랙터 개발

여기 그치지 않고 이 업체는 요즘 국책과제로 미래형 하이브리드 트랙터를 개발중이다. 전기 배터리와 등유 엔진이 함께 달려 있는 트랙터다. 집에서 쉴 때 플러그를 꽂아서 배터리를 충전해 도로를 달리고, 작업을 할 때에는 등유 엔진을 가동한다. 이 부장은 "트랙터 옆에 엔진 가동시 작동하는 소형 발전기를 함께 부착해 야외 충전도 가능하다"며 "2013년에 시제품을 보급해 가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이 업체는 최근 세계 최대 중장비업체와 주문자상표부착 생산방식(OEM) 계약 체결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연료 사용 효율이 좋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플러스' 덕분에 따낸 성과다. 계약이 완료되면 이 업체에서 만드는 30마력 이하의 소형 트랙터는 세계 최대 중장비업체 이름을 달고 전세계에 공급된다. 김 실장은 "올해 트랙터에서만 중국 매출 1,400억원을 포함해 5,2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 트랙터가 개발되면 2015년에 1조원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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