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공연예술의 화두는 연희자의 현존이고, 그 수단은 몸이다. 때로 무용 무대에서 연극보다 더한 연극성을 목도하게 되는 것은 그 같은 이유에서다. 나아가 그것이 세계적 문제인 환경과 결합할 때, 그 무대에서 분출되는 힘은 클 수밖에 없다.
똥자루무용단의 '일회용 히어로'는 자칫 상징성에 머무르기 쉬운 무용 어법을 전면에 내세우되, 환경 문제를 키치적으로 접근한 발상이 신선하다. 극장 입구부터 분위기는 심상찮다. 무수한 일회용컵 더미가 눈길을 끈다.
단편이 모여 하나의 무대를 이룬다. 열악해진 환경 때문에 서로에게 다가설 수 있는 길이 막혀 결국 사랑을 나누지 못하는 남녀('혹성 탈출'), 무심코 버린 휴지에 치여 살게 되는 인간('일회용 히어로') 등 결국 쓰레기 더미로 귀결되는 현대판 실락원의 모습이 관련 영상과 함께 펼쳐진다.
'일회용 히어로'란 "지구를 파괴하는 인간과 싸운다"고 자처하는 이 시대의 두 슈퍼맨이다. 둘이 바닷속 오물까지 치우는 대목에서는 파란 비닐 장막을 전면에 쳐, 바다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휴지, 패트병, 종이컵 등 바다에서 건져 올린 잡동사니로 무대는 쓰레기장이 된다. 무대 테두리에 늘어놓은 인형들은 극 진행에 따라 던져지고 짓밟힌다. 그 압력은 객석에 고스란히 돌려진다. 아수라 현장 속, 무용단이 나타나 "무대를 정리한다"며 양해를 구하고 잠시 장내를 치운 뒤 다음 대목으로 넘어간다. 다소간의 먼지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요즘 공연장에 등장한 공공의 적은 단연 핸드폰이다. 이에 대한 대응 방식 또한 신선하다. 시작 직전 무용수들이 나와 핸드폰을 꺼달라는 몸짓을 춤 추듯 한다. 퇴장 때는 "문자도 안 돼"라며 속삭이듯 말한다. 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오가는 이 무대가 제공하는 즐거움 중 하나다.
2월 28일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막을 내린 이 작품은 남이섬에서 열리는 '환경학교' 등 관련 행사의 참가 요청을 받아둔 상태다. 똥자루무용단 대표 이성재씨는 "국내 최초의 환경 페스티벌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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