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는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모습으로 남은 것이다. 안데스 지역에서 발견되는 미라는 이집트 등 다른 지역과 달리 죽은 사람의 신분이 광범위하고 집단적으로 발견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집트 미라보다 무려 4,000년이나 앞선 것도 있다. 미라를 만들기 위해 내장을 뺀 미라는 BC 8,000년, 자연 건조 미라는 BC 9,000년 전부터 만들어졌다.
초기 미라는 누워 있는 것이 많지만 미라를 만드는 것이 장례 풍습으로 정착된 뒤에는 앉아 있는 모습이 보편화했다. 이는 단순히 매장을 위한 처리가 아니라 사후에 신전에 모시기 위한 목적이 반영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미라가 보존될 수 있는 환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냉동되거나 아주 건조한 상태다. 두 경우 다 사람이 죽은 뒤 부패하는 과정에서 박테리아의 활동이 제한되는 조건이다. 이번 '태양의 아들, 잉카'전에 전시된 미라는 총 6구다. 사람 미라가 4구이고 원숭이, 개가 1구씩이다. 사람 미라 중 1점은 나스카에서 발견된 것이고, 나머지는 치리바야 지역에서 발견됐다. 모두 건조한 환경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다.
치리바야는 페루 남쪽 일로(Ilo)의 항구로부터 7km 떨어진 곳에 있다. 사막이 발달한 데다 토양에 소금이 많아서 미라 보존에 좋은 곳이다. 다른 안데스 지역에서 발견된 것처럼 이곳 미라도 옷을 입은 채 여러 가지 직물과 함께 묻혔다. 살아 있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남기고자 했던 것이다. 껴묻거리(부장품)를 보면 전쟁의 흔적이나 무기와는 거리가 멀어 이들이 평화주의자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진의 남자와 아기는 인위적인 처리 없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미라다. 주변의 물건들은 생존에 썼던, 또는 사후에 쓰도록 부장된 물건들이다. 아기 미라는 원래 별도의 장소에 매장되어 있었으나 친족으로 생각되는 남성이 죽자 무덤에서 꺼내 새로 남자 곁에 묻은 것으로 보인다. 모자의 형태가 비슷한 점 역시 두 사람의 관계를 말해주고 있다.
'태양의 아들, 잉카'전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28일까지 계속됩니다. 문의 1588-7862
최흥선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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