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업계에 ‘물’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수기 시장에서 50%에 달하는 점유율로 1위를 고수 중인 웅진코웨이를 둘러싸고 후발 주자들이 조직개편 및 지점확대, 방문 판매사원 확충 등을 앞세워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수질오염과 맞물려 먹는 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수기 시장 신규 진출 업체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1조6,000억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정수기 시장 보급률이 아직까지 50.9%(2009년 하반기 갤럽코리아 시장조사기관)에 머물러, 새로운 수요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업체들의 과열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5%대의 점유율로 2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청호나이스는 현재 150개의 전국 지점 수를 올해 20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가을부터 일반 개인 사업자를 활용해 별도의 유통 조직으로 신설한 ‘이과수 취급점’도 현재 400개에서 올해는 1,000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주력 제품인 얼음정수기 대여(렌탈) 판매 5만대를 포함, 총 1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려 전년대비 20% 이상의 매출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청호나이스와 함께 2위 자리를 다투는 동양매직도 1월부터 200명 가량의 방문 판매조직을 신설하면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홈쇼핑 판매에 치중해 온 영업 전략을 오프라인 매장으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에서다. 또한, 자사 애프터서비스(A/S) 요원이 정수기 설치를 위해 각 가정을 방문했을 때, 필터교체는 물론 제품의 기계적인 결함까지도 처리할 수 있도록 기술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렌탈료도 경쟁사에 비해 30~40% 가량 저렴한 2만원대 초ㆍ중반으로 책정했다.
국내 밥솥 시장 1위 업체인 쿠쿠홈시스는 올해 초부터 렌털 방식의 신제품을 내놓고 정수기 시장에 뛰어든 대표적인 케이스다. 30여년 간 전기밥솥 시장에만 몰두해 온 쿠쿠홈시스는 천연 참숯과 세라믹볼 및 은첨활성탄으로 구성된 복합필터를 사용한 신제품을 전국 90개 지점에서 1만9,900원의 저렴한 대여료를 받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시장 진출 한 달 만에 5,000여대를 판매한 쿠쿠홈시스는 올해 판매 목표도 10만대로 늘려 잡았다.
2008년 정수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뚜렷한 실적을 올리지 못했던 LG전자 역시 최근 들어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겨냥해 신제품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태다. 프리미엄 신제품 출시를 통해 경쟁업체와는 다른 차별화한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대해 웅진코웨이는 품질력과 세련된 디자인을 갖춘 제품 출시로 후발 업체들의 공세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인 1만2,000여명의 방문 판매 사원을 내세워, 제품관리 및 위생ㆍ세정 서비스를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미세한 물질도 걸러내는 최고 성능의 역삼투압 방식의 멤브레인 필터를 채용한 신제품에 실내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디자인을 입혀 다양한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수기의 경우, 다른 가전 제품에 비해 잠재 성장성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업체들이 경쟁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품질력과 유통에 강한 업체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 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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