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생환훈련. 공군 조종사라면 누구나 받아야 하는 고된 훈련 중 하나다. 뜻하지 않은 사고나 피격 등의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탈출 및 생존, 귀환 방법을 배운다. 오충현(43) 중령은 2007년 7월 월간 <공군> 에 실린 조종사 생환 훈련 인터뷰에서 "훈련에서 배운 것들을 한 번도 쓰지 않고 무사히 전역해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평생 겪지 않기를 바랐던 상황과 마주하고 말았다. 공군>
2일 발생한 공군 F_5 전투기 추락 사고로 전투기 두 대에 타고 있던 세 명의 조종사는 모두 순직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보람 중위와 함께 복좌식 F_5F에 탑승했던 오 중령은 18전투비행단 105비행대대의 대대장이다. 통상 비행대대장이 직접 후배 조종사와 함께 훈련비행을 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공군 관계자는 "늘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후배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 애썼던 조종사"라고 말했다. 이날 비행도 그런 차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사고 전투기들이 실시한 전투기동훈련은 1번기와 2번기가 꼬리 물기식으로 비행하며 가상 요격하는 고난도 훈련이다. 또 오 중령은 공군사관학교를 수석졸업한 재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슬픔이 컸다.
더구나 이날 사고는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무사고 대기록을 잇따라 세웠던 18전비에서 발생해 더욱 안타까웠다. 18전투비행단이 위치한 강원 강릉기지는 대관령과 동해에 접해 기상 변동이 심한 데다 바다 인접 활주로라는 특성 때문에 착륙 과정에서 조종사가 비행착각에 빠질 위험이 크다. 실제 이날 사고 직후 수색 과정에서도 눈보라가 날리는 등 악천후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전비는 2000년 11월 이후 사고 한 건 없이 지난해 11월에 9만시간 무사고 비행기록을 달성했다. 순수 전투기만을 운용하는 비행단 중에서는 최장 기록이었다. 이날 사고기가 속한 105대대 역시 같은 기간 사고가 없어 지난해 12월 3만시간 무사고 비행안전 시상식을 가진 바 있다.
강릉기지는 공군 조종사의 상징인 '빨간 마후라'가 탄생한 고향이기도 하다.
사고 원인은 아직 확실치 않다. 소방 당국은 전투기가 백두대간을 넘다 갑작스런 난기류를 만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단정할 순 없다. 공군은 김용홍 참모차장을 사고대책본부장으로, 감찰실장을 조사단장으로 하고 전문 요원 10명이 참여한 조사단을 사고 현장으로 급파했다. 공군은 3일 수색을 재개해 전투기 잔해와 블랙박스 등을 수거, 사고 원인을 정밀 분석할 계획이다.
사고기인 F_5 계열 전투기는 1970, 80년대 공군에 도입돼 지금까지 운용되고 있어 공군 보유 기종 중 상대적으로 노후했다. 공군은 애초 200여대를 운용하다 현재는 18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공군은 성능 개량 작업 등을 통해 이 전투기들을 2010년대 후반까지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2000년 이후 F_5 계열 전투기가 추락한 것은 이날 사고까지 7번, 전투기로는 모두 10대에 이르고 있다. F_5 기종은 최대속도 마하 1.64고 전투행동반경은 1,000㎞에 이른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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