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장학사 매관매직 사건에 직접적으로 간여했던 시교육청 인사 담당 장학관이 이번엔 교감과 장학사의 근무 성적을 조작해 부당 승진시킨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소문으로만 나돌던 전문직들의 인사 비리가 확인된 첫 사례여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시교육청 감사에서 전문직 26명이 부당하게 승진한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해당 사건의 수사를 정식으로 요청한 상태다. 검찰은 조직적인 인사 부정에 무게를 두고 있어 시교육청의 뿌리깊은 인사 비리 관행이 추가로 드러날지가 관심사다.
교육계에서는 장학사 매관매직에 이어 교장 부당 승진 사건 역시 이른바 줄서기로 형성된 인맥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건에는 지난달 인사 비리 혐의로 구속된 강남 C고 교장 장모씨가 연루돼 있다. 장씨는 시교육청 인사 담당 장학관으로 근무할 당시인 2008년 부하 임모 장학사와 짜고 "장학사 승진 시험을 잘 보게 해 주겠다"며 교사들로부터 수천만 원의 돈을 받아 이를 당시 교육정책국장이던 김모씨에게 전달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됐다.
임씨와 김씨는 A사대 동문이며, 장씨는 공정택 전 교육감과 같은 지역 출신이다. 시교육청의 인사라인을 장악한 이들은 장학사 매관매직은 물론 근무 성적까지 조작해 교장과 장학관 승진에 관여할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른 것이다.
2007년 9월부터 2년간 교감과 장학사들의 근무성적 평정을 담당했던 장씨는 심사 대상자들의 점수를 임의로 조정해 장학관 2명, 중ㆍ고교 교장 24명을 부당 승진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교육공무원승진규정에 따르면 교감은 해당 학교장에게 1차 평가를 받고, 2차 평가는 중학교 교감의 경우 지역교육청 교육장, 고교 교감은 시교육청 인사담당 장학관이 참여해 교육정책국장이 확인하도록 돼 있다.
교감과 장학사의 1,2차 근무평정의 평가 항목은 매우 구체적이어서 조작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는 게 교육청 안팎의 대체적인 견해다. 문제는 3차 평가인 근무평정확인위원회로 넘어가면서 발생한다.
확인위에선 1,2차 평가점수 순서대로 승진 대상자를 가리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정년이 1년 이하 남은 경우 승진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여러 항목이 고려된다. 장씨는 여기에 '혁신성'이란 항목을 임의로 반영해 특정 후보들에게 점수를 후하게 주는 방식으로 부당 승진을 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승진 순위에서 7위로 승진가능배수(3순위)에 들지 못했던 장학사 K씨의 경우 혁신성 점수 10점을 받아 1위가 된 뒤 2008년 3월 장학관으로 승진해 현재 서울 K고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에서는 인사 담당관이 마음대로 '혁신성'이란 항목을 만들어 넣을 수 있는 인사 제도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 장씨가 포함된 인사라인과 공 전 교육감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이런 인사 비리는 구조적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감사원으로부터 조사 결과에 대한 통보가 오는 대로 관련 규정에 따라 해당자들을 엄중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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