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은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없어 결혼을 미루며, 사기업의 성차별을 피해 공공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 정부는 세계 최고의 워커홀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휴가 문화 정착에 발 벗고 나섰지만 정작 고위 공직자들이 휴일 없이 일하는 터라 그 누구도 선뜻 휴가를 떠날 수 없다. 이는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해외 언론의 눈에 비친 2010년 한국의 모습이다. 결코 긍정적이라 할 수 없어 씁쓸하다.
NYT는 1일 "한국 공공 분야에 여성 진출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이는 사기업에서는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반영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근 5년 간 외무고시 합격자의 55%, 지난해 행정고시 합격자의 47%가 여성이라며, 이 같은 쏠림 현상은 "고학력 여성이 사기업에서는 성차별을 받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 신문은 세계 13위의 경제 대국인 한국이 2009년 세계경제포럼 성평등 지수에서는 134개국 중 115위였고 2007년 대졸 여성 중 60.9%만이 구직에 성공해 OECD 국가 중 최하위라며 성차별적 실태를 지적했다.
WP도 비슷한 현실에 초점을 맞췄다. 이 신문은 한국 여성이 가정과 직장 생활을 병행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3년 연속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했으며 30~34세 여성 가운데 미혼의 비율이 최근 5년간 10.5%에서 19%로 급증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양육의 짐을 여성이 고스란히 지게 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특히 단 3만5,000가정만이 정부의 육아 관련 보조금을 받는 등 턱없이 부족한 국가적 지원도 원인으로 꼽았다.
한편 2일 WSJ은 말로만 '휴가를 떠나라'고 외치는 한국 정부의 공허한 휴가 장려책을 소개했다. 지난해 7월 이명박 대통령이 공무원의 휴가 사용 일수가 너무 적다고 지적한 후 행정안전부는 1월 전 공무원에게 연간 16일의 휴가 사용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 신문은 "부처의 장은 물론 대통령부터 여전히 휴가를 가지 않고 있다"며 "계층적 분위기 탓에 아랫사람도 휴가를 쓸 수 없다"고 전했다. 이대통령은 취임 후 총 4일 휴가를 갔을 뿐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단 하루의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고 의무휴가안을 기획한 행안부 과장마저도 마찬가지다. 이 신문은 "2007년 한국인은 평균 2,316시간을 일해 OECD 30개국 평균 1,768시간을 훨씬 웃돌았지만, 생산성은 구 동구권 국가를 제외하고는 최하위"라며 비효율적 직장문화를 꼬집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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