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진수의 투자이야기] 역발상 투자의 성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진수의 투자이야기] 역발상 투자의 성공

입력
2010.03.03 01:08
0 0

현대 재무학자들은 대체로 가치주가 성장주보다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인다는 데 동의하나, 왜 가치주의 성과가 좋은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많은 재무학자들이 설명을 시도했지만, 필자는 조지프 라코니쇼크, 안드레이 쉴라이퍼, 로버트 비쉬니의 연구가 가장 설득력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가치주의 초과성과가 성장주의 저조한 성과에 대한 반대급부로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가치주 투자를 '역발상(Contrarian) 투자'의 관점에서 보는데, 이는 보통의 가치투자자가 기업의 내재가치를 파악해 현재 주가가 이보다 현저히 낮을 때 매수하는 개념과는 다른 것이다.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판단할 때, 비교를 통해 하는 경향이 많다. 주변 시세정보 없이 부동산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자. 비교할 대상이 없다면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비교를 하면 빨리 판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잘못된 판단을 내릴 여지도 있는데, A의 가격을 평가하기 위해 비교된 B의 가격이 잘못된 것이었다면 A의 가격도 잘못 평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기준점 편향(anchoring bias)'이라고 한다.

주식 가격을 평가할 때도 비교를 하기 마련인데, 유사 기업과 비교하거나 과거 주가 또는 실적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라코니쇼크 등의 연구는 후자에 관한 것으로, 투자자들이 기업의 미래 실적을 예측할 때 가까운 과거의 실적을 연장(extrapolation)하려는 경향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과거 특정 시점에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은 기업(성장주)과 낮은 기업(가치주)를 나누어, 이전 5년 동안의 실적과 이후 5년 동안의 실적을 검증해 봤다. 과거 5년의 평균 실적 성장을 비교하면, 성장주 그룹은 우수했으나 가치주는 저조했는데 이는 짐작한대로다.

반면 나중 5년의 실적 성장은 성장주와 가치주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그 이유는 주가에는 이미 과거의 성장성이 미래에도 지속될 걸로 생각해서 반영돼 있는데, 실제로는 그만큼의 성장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성장주는 예상보다 미흡한 실적을 반영하며 수익률이 저조해진다.

투자자들은 이 연구를 통해 기업의 과거 실적이 미래 실적을 예측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기업 실적은 주기를 갖고 변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과거에 성장한 기업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하는 투자자들이 있고, 그들의 실패로 인해 역발상 투자자들은 성공한다.

푸르덴셜자산운용 퀀트리서치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