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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3년… 입학사정관들이 말하는 입학사정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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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3년… 입학사정관들이 말하는 입학사정관제

입력
2010.03.03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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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자료의 신뢰성과 선발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할 방법은 없을까"

입학사정관제 도입 3년을 맞아 각 대학의 현장에서 학생 선발을 두고 진지한 고민을 해왔던 입학사정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18일 열린 전국대학입학사정관 창립 총회 자리에서다.

총회에 앞서 가진 심포지엄에서 입학사정관들은 입학사정관제의 취약점과 보완점에 대한 의견을 쏟아냈다. 대학별로 천차만별인 자기추천서를 표준화해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에서부터 내용이 빈약한 학교생활기록부를 '어떤 눈'으로 해독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까지 다양한 주제가 언급됐다. 직접 평가에 참여했던 '그들'이 말하는 입학사정관제는 무엇일까?

신뢰성과 공정성은 튼실한 학생부로 극복 가능

기존의 학생부는 대입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때문에 학생을 뽑아야 하는 입학사정관 입장에서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는 자료로 보일 것이다. 학적에서부터 출결, 수상경력, 자격증과 진로지도 사항 등 항목은 다양하지만 내용이 부실한 것이 특히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또 '진로지도상황'은 아예 대학에 제공되지 않고 있고, '창의적 재량활동 상황'에는 전혀 창의적이지 않은 내용으로 채워진 경우가 다반사다.'교과학습발달상황'은 제목과 달리 교과성적에 대한 순위와 표준점수다 대부분이다.'봉사활동기록'은 학교에서 청소를 한 내용들인 부분도 한계로 지적됐다.

결국 이런 학생부로는 입학사정관제에서 필요로 하는 학생의 잠재적 역량을 가늠할 수 없어 대학은 각각 다른 형식의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포트폴리오 등을 추가로 요구할 수 밖에 없다.

제한된 시간 내에 각 대학에서 공지하는 다양한 입시전형자료와 답변을 작성하다 보면 교사의 추천서는 성의 없이 쓰여지고 심지어 사교육 시장에서 대필 사례까지 발생한다. 이는 신뢰성과 공정성 문제뿐 아니라 '사교육 억제'라는 본래 취지에도 벗어나는 현상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교혁 한림대 선임입학사정관은 "추천서에 대한 공통양식을 도출하기 위해서 표준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류전형은 '서류'가 아닌 '사람'을 뽑는 과정이 돼야

기존의 대입시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명분으로 오로지 공인된 '숫자'만이 평가에서 활용

됐지만 입학사정관제에서는 정성적ㆍ주관적ㆍ종합적 평가 등의 가치가 새롭게 인정받는다.

하지만 같은 서류를 가지고도 평가 방식에 따라 다른 판단을 받게 된다는 것은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인정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에 대해 입학사정관들은 '숫자'라는 벽을 넘어 새로운 대학입학문화를 만들어 가려면 전문가에 의한 정성적, 주관적 판단이 점수만으로 평가하는 방식보다 낫다는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안상헌 배재대 입학사정관은 "같은 서류라도 학교마다 부여하는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서류평가 기준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다만 서류는 각 학교의 눈으로 재해석되는데 이 때 서류평가는 '서류'가 아닌 '사람'을 선택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기존 방식이 점수로 서열을 매기는'사람을 보지 않는 선발'이었다면 입학사정관제는 '사람을 보는 선발'로 전환됐다는 뜻이다. 입학사정관제 강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기소개서 등에서 항목 별로 점수를 부여하고 특정한 형식을 요구하는 등 획일화된 방식을 요구하게 되면 또 다른 시험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자기소개서를 잘 써서 합격했다'는 말 대신 '그 학생이 우수해서 뽑혔다'는 말을 할 수 있도록 전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수험생 개인의 적성부터 찾아야

"특정 대학을 가기 위해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한다는 사고 방식부터 버려야 합니다 " 임진택 전국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의 말이다. 대학이 원하는 사람으로 포장하기보다 자신의 적성과 특기를 파악하고, 여기에 부합하는 대학과 학과를 찾아 지원하는 것이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는 올바른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임 회장은 "사람을 보고 뽑는 입학사정관제를 사교육을 통해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데서 나온 발상"이라며 "고액의 사교육 컨설팅을 받는 것보다 학교 교육을 통해 자신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충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철현 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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