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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엔 사과않는 '오만한 도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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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엔 사과않는 '오만한 도요타'

입력
2010.03.03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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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의 최고경영자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미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머리를 숙였다. 1일 저녁 중국 베이징에서 가진 사과 특별기자회견에서 그는 여러 차례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불편과 불안을 초래해 중국 소비자들께 정중히 사과한다"고 말했다.

지난 달 미국 의회 청문회에 이어 두 번째로 머리를 숙인 그를 지켜보면서"왜 하필 그 두 나라에서만 사과를 했을까"라는 의문 제기는 당연할 터.

이번 도요타의 대량 리콜 사태는 도요타의 일등과 일류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낳은 결과다. 사실, 도요타는 2008년 GM을 누르고 세계 1위에 오르기 전부터 이미 사실상 세계 최고의 자동차 업체로 인식됐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만 밟다가 리콜 사태를 맞은 것이다.

사과를 하려면 철저하게 해야 하고, 진심도 듬뿍 담겨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키오 사장이 머리를 숙인 대상은 힘센 나라(미국)와 시장이 큰 나라(중국)뿐이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나라 소비자에게는 '먼 나라' 얘기였다.

한국 소비자들은 독도 문제 등이 불거진 가운데에서도 지난해 9월 본격 상륙한 도요타 자동차에 대해 많은 신뢰를 보였다. 일부 차종은 6개월치 예약이 밀릴 정도였다. 오히려 국내 완성차 업체가 긴장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도요타 자동차에 보여준 한국인들의 신뢰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이쯤 되면 도요타 한국 지사장이라도 나서서 공식사과의 자리를 마련해야 하겠지만, 이런 움직임은 전혀 없다. 혹시 한해 판매대수 2만대에 불과한 우리나라보다 177만대(미국), 70만대(중국)를 판매한 큰 나라에 우선 사과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뢰는 숫자로만 표시되는 게 아니다. 아직도 도요타를 세계 최고 자동차로 믿고 있는 적지 않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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