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대법원이 26일 부정ㆍ부패 혐의로 해외에 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재임기간 불법적으로 축적한 재산 460억 바트(약 1조6,000억원)를 몰수하기로 판결을 내렸다. 이는 자신의 재산 약 766억 바트 중 절반 이상이다. 이날 판결에 따라 탁신에 대한 재판이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하는 친탁신 세력은 조만간 또 다시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나설 것으로 보여 태국 정국은 또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태국 대법원은 이날 “탁신은 자신이 총리로 있던 2001년부터 2006년 사이 권력을 남용해 자신들이 사실상 소유한 통신 업체 친(Shin) 코프에 유리한 정책을 펴 부당 이익을 취했다”며 불법적으로 불린 재산을 국고에 귀속시키라고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총 재산 중 306바트는 취임 전 벌어들인 것”으로 판단해 몰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결과에 대해 현재 두바이에 머물고 있는 탁신은 동영상 연설을 통해 “정치적 음모이며 농담과 같은 결과”라고 반발했다.
태국 언론들이 “(탁신에 대한) 심판의 날”로 명명한 이날 판결을 앞두고 당초 태국 내 법률 전문가 사이에서는 시위대의 대규모 충돌 사태를 막기 위해 탁신의 전재산을 몰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태국 아유타야 은행 수석 투자가인 프라파스 톤피불삭은 26일 로이터통신에 “재산의 일부 몰수를 통해 친탁신 세력과 친정부 세력 모두에게 승리를 안겨줌으로써 금융시장의 동요를 최소화 하고, 시위도 막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판결은 지난 5년간에 걸친 친탁신 세력과 반탁신 세력 간 대립의 클라이막스로, 향후 양측의 행보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6년 1월 부정 축재 사실이 드러나면서 탁신이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이후 태국은 끊임 없는 시위에 시달렸다. 2008년에는 당시 정부가 탁신의 꼭두각시라며 반 탁신 세력이 대규모 시위를 벌여 방콕, 파타야 등 국제공항까지 폐쇄됐다. 지난해 4월에는 탁신 지지자들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여 아세안+한ㆍ중ㆍ일 정상회의까지 무산된 바 있다.
농민들 위주로 구성된 친탁신 세력은 이날 수도인 방콕에서 간헐적인 시위를 벌인 데 이어 다음달 12일 100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준비하고 있어 태국 내 또 다른 대규모 유혈사태 발생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태국 경찰은 이날 판결에 따른 반정부 시위를 대비해 총 3만5,000명의 경찰과 군인을 방콕 인근에 배치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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