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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공자, 최후의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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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공자, 최후의 20년'

입력
2010.03.0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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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건문 지음ㆍ이재훈, 은미영 옮김/ 글항아리 발행ㆍ272쪽ㆍ1만3,800원

“나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사람은 더욱 탓하지 않는다. 아래로 인간의 일을 배워서 위까지 도달했으니 나를 알아주는 것은 아마도 하늘일 것이다!”(‘논어’에서)

사후 그가 끼친 영향력으로 당 현종으로부터 문선왕(文宣王)이라는 시호까지 받았던 공자(BC 551~479). 그러나 그의 인생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우아한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예가 실현되는 국가의 완성’이라는 이상을 품었던 그가 정작 그가 벼슬다운 벼슬을 한 것은 50세가 넘어서였다. 신하가 왕을 죽이고 권력을 위해 아비와 아들이 다툼을 하는 당대 현실에서 공자와 같은 이상주의적 정치철학가가 발붙일 곳은 없었다.

<공자, 최후의 20년> 은 자신의 뜻을 알아주는 군주를 찾아 제자들을 이끌고 천하를 주유한 공자의 노년기를 조명한다. 노나라 한 읍의 우두머리가 되면서 벼슬길에 나선 50세 무렵부터 이른바 ‘철환천하(轍環天下)’로 알려진 천하주유 시기까지 공자의 말년은 험난하기 그지없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고국인 노나라를 떠나 14년 동안 일곱 나라를 떠돌았지만 그 많은 실권자들은 아무도 공자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초라한 신세의 공자를 세인들은 ‘상가의 개’라며 비아냥댔고 철썩같이 스승을 따르던 제자들도 오랜 방랑에 지쳐 “우리는 코뿔소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닌데 왜 정착하지 못하고 광야에서 이리저리 방황해야 합니까?”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선진시대의 사상과 문화사를 전공한 대만의 역사학자인 이 책의 저자는 공자를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한 정치가로 자리매김하면서 “정치적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극복될 수 없을까” “지식인은 권력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이상을 실현하고 싶은 야망은 컸지만 자신의 이상을 포기하고 권력과 타협할 수 없어 감수해야 했던 공자의 좌절은 비애롭다. 그러나 그 좌절은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적 전언이다. “세상은 불합리해서 세상을 바꾸려는 모든 노력은 왜곡된다. 이런 불완전한 세상이 완전해지는 것은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노력하는 것은 오히려 한 사람의 인격과 인생의 경지를 완전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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