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논란을 국민투표로 매듭짓자는 주장이 커지는 분위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중진협의체에 넘긴 세종시 문제 논의가 끝내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이 대통령이 '중대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논란에 답답함을 표현하면서 여당 중진협의체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제 이명박 대통령의 3ㆍ1절 기념사는 국민투표가 단순히 검토 가능한 절차의 하나가 아닐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고 단결과 화합으로 나아갈 것을 호소했다."지금 우리가 국가 백년대계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다"며"작은 차이를 넘어 최종 결과에 승복함으로써 커다란 조화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아닌 국민의 의견 차이와, 결과에 대한 승복을 강조한 것은 국민투표를 염두에 둔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와 여당 친이계가 국민투표 해법에 끌리는 것은 충분히 그럴 만하다. 이 대통령의 결단의 산물인 세종시 수정안이 친박계의 반대에 묶여 있는 교착상태를 타개할 길이 도무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답답하다고 통상적 절차 대신 비상한 절차를 섣불리 거론해서는 안 된다.
국민투표는 결코 일반적 절차가 아니다. 정부수립 이래 다섯 차례 국민투표가 실시됐으나 개헌안이 아닌 정책에 관한 국민투표는 1975년 한 차례뿐이었다. 그것도 통치자의 의지가 국민의 뜻을 짓누른 유신헌법의 존속 여부를 물은'개헌 관련'투표였다.
세종시 수정안의 국민투표 회부가 헌법 72조가 규정한 '외교ㆍ국방ㆍ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해당하는지를 둘러싼 논란만으로도 나라가 한층 시끄럽게 되기 십상이다. 대통령의 재량권을 강조하는 쪽과 엄격한 헌법해석을 주장하는 쪽의 다툼은 생각만해도 머리가 아프다. 국민투표는 갈등 해소의 비법이 되기는커녕 새로운 갈등을 부추길 것을 깨달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