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8일 세종시와 관련한 중대결단을 시사한 것은 여당 내 세종시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과 관련, 결론 도출을 촉구하는 '압박용'카드 성격이 짙다.
세종시 수정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은 최근 의총을 연일 열었음에도 진전을 보이지 못했고, 중재자 성격의 중진협의체에 대해서는 구성도 되기 전에 당내 친박 진영이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당 전체의 총의를 모으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이른 시일 내 당론이 모아지지 않으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경고성 주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특단의 대책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고 절차에 따라 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가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국민투표 방법은 여권 안팎에서 여러 가능성을 두고 검토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세종시 수정의 법적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직접 투표를 통해 판단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란 생각에서다. 대통령이 선거 때의 공약을 뒤집는 것이기에 국민에게 직접 면죄부를 받자는 것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지지율이 원안에 비해 다소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도 청와대의 결심 가능성을 뒷받침 해준다.
하지만 투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데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반대표가 적잖이 나올 경우 정부로서는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 또 친박 진영과의 조율없이 독자적으로 강행할 경우 여당 분열이란 초유의 사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일단 한나라당 중진협의체의 결론을 본 뒤 결정하겠다"고 단서를 붙였다. 사용 가능한 카드는 모두 동원해 본 뒤, 그래도 해답이 나오지 않을 경우 마지막 카드로 꺼내 들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은 극도로 엇갈렸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세종시 논의가 국회와 여론에 따라 마무리되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게 안 될 경우 계속 방치할 수 없다는 대통령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계에서는 "세종시는 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은 문제인데 그것을 국민투표에 회부해 수정한다는 것은 국회와 정치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등 야권도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것은 정치권 전체를 무시하는 현 정권의 오만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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