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주 금메달만 바라보고 달려 온 쇼트트랙 여자대표팀 4명은 25일(한국시간) 두 번 울었다.
한 번은 피니시 라인을 가장 먼저 통과해 금메달이 확정됐다는 감격에 울음을 터뜨렸고, 또 한 번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 실격 소식에 억울해서 울었다.
몇 분 만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밀려난 선수들은 서러운 듯 울먹거리며 링크를 빠져 나왔다. 취재진이 기다리는 믹스트존으로 다가온 이은별(19ㆍ연수여고)은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운 듯 급하게 출구로 발걸음을 돌렸고, 이어 나온 박승희(18ㆍ광문고)는 "어떻게 된 건지 진짜 모르겠다"며 어이없어 했다. 눈이 퉁퉁 부은 얼굴로 나온 조해리(24ㆍ고양시청)와 분한 표정으로 잠시 기자들 앞에 선 김민정(25ㆍ용인시청)은 "실격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를 연발했다.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3관왕 진선유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탈락하면서 여자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로 분류됐고, 이 같은 평가를 불식시키기 위해 사흘에 나눠 할 훈련을 하루에 몰아서 하는 등 독기를 품어 왔다. 금메달을 잡았다가 놓친 마음은 그래서 더 쓰라렸다. 김민정은 이날 미니홈피에 '지금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억울하다.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남겨 안타까움을 더했다.
경기 후 선수들을 다독이느라 30여분 뒤 기자들을 만난 최광복 대표팀 코치는 "우리는 이겼고, 심판만 인정 안 했다"면서 "1,500m에서 왕멍과 캐서린이 부딪쳤을 때와 똑같은 상황 아니냐고 따졌지만, 그냥 가더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최 코치는 이어 "주심이 김동성 사건 당시 같은 인물이라 선수들에게 주의를 당부했지만 경기 도중에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다"고 설명한 뒤 "경기는 이미 끝났고 지난 일을 생각해봤자 마음만 아프니 다음 경기에 집중하겠다. 김민정이 반칙한 상황이 됐지만 선수를 질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밴쿠버=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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