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들이 젤리처럼 흔들렸다.", "거인이 흔들어 놓은 듯하다."
27일 새벽(현지 시간) 발생한 규모 8.8의 강진에 대해 AP, AFP 등 외신은 이렇게 표현하며 칠레가 대혼란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건물들이 무너져 내렸고 도로가 끊어졌다.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의 말대로 "대재앙"이 칠레를 덮친 것이다. 시민들은 2분 가까이나 강진이 계속되자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흘리며 거리로 뛰쳐나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특히 지진 발생 시간이 새벽 3시34분이어서 미처 잠을 깨지 못한 채 참사를 맞은 시민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대부분 지역에서 수도와 통신, 전기가 끊겨 도시들은 마비 상태에 빠졌다.
진앙에서 동남쪽으로 115km 떨어진 칠레 제2의 도시 콘셉시온시의 피해는 여타지역에 비해 훨씬 크고 심각했다. 인구 67만여명이 사는 콘셉시온시 도로는 무너진 건물 잔해로 뒤덮여 거의 흔적조차 없어졌다. 도시내 15층짜리 빌딩이 완전히 주저앉아 100명 이상이 매몰돼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콘셉시온 시장은 국영TV에 출연, "구조대가 지진 당일에 도착하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다"며 정부를 비난했다.
오래된 흙벽돌 집들은 거의 다 붕괴됐고 새로 지은 일부 아파트도 무너져 인명피해가 커졌다. 구조작업이 진행될수록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시민들은 지속되는 여진 때문에 집 앞에 천막을 치고 모닥불을 피우기도 했다. 콘셉시온의 한 시민은 CNN에 "많은 사람들이 물과 음식, 옷도 없이 길에서 지내야 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콘셉시온과 인근 지역 슈퍼마켓과 가게에서는 식료품에서부터 플라스마TV까지 가지고 달아나는 등 약탈이 이루어지고 있다.
진앙에서 북동쪽으로 325km 떨어져 있는 인구 600만의 수도 산티아고의 경우, 외관상 건물 대부분에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보였지만 건물 내부에서는 각종 가구와 가전제품이 넘어지고 벽에 균열이 발생했다. 또 길은 구겨진 종이처럼 뒤틀렸고 고가도로 등이 붕괴되기도 했다. 한 아파트의 2층짜리 주차장이 무너져 약 50대의 차량이 매몰된 모습도 보였다. 산티아고 동부 세바스티안(22)은 AFP통신에 "내 생애 최악의 경험"이라고 말했다. 산티아고 국제공항은 폐쇄됐으며, 지하철 운행도 전면 중단됐다.
한인동포 인명피해는 없어
칠레에 사는 2,240여명의 한인 동포들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계속되는 여진과 약탈 행위 등에 대한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콘셉시온의 한 동포는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여진 때문에 집에 있지 말라는 얘기를 듣고 있지만 도둑이 들까 걱정돼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티아고에서 600km 떨어진 라오타로시에 법인을 설립한 이건산업 관계자는 "5명의 한국인 직원 모두 안전하고 공장도 곧 정상 가동할 것"이라면서도 "전기, 수도, 통신이 모두 끊긴 마비 상태"라고 트위터를 통해 알려왔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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