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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연아 누나…우리는 행복해요" 모교인 군포 수리고 '자랑스런 선배'에 환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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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연아 누나…우리는 행복해요" 모교인 군포 수리고 '자랑스런 선배'에 환호성

입력
2010.03.0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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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이 눈물을 떨궜다. 스케이트를 처음 신은 지 14년. 이날을 꿈꾸며 견뎌온 신산의 세월이 뭉쳐낸 방울방울 진주였다. 천상의 연기를 펼쳤다는 감격에 조금 흐트러져도 될 법했지만 절제된 몸가짐이 돋보였다. 웃음 속에 감춰진 울음, 반짝할 틈도 없이 닦아낸 눈물이었기에 더없이 아름다웠다. 여왕의 아름다운 눈물을 TV 중계로 지켜본 시민들도 행복에 겨워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피겨 여왕' 김연아(20)가 26일(한국시간)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을 확정 짓는 순간, 그의 모교인 경기 군포시의 수리고는 대동(大同)의 장이었다. 강당에 모인 200여명은 서로 부둥켜안고, 만세를 부르고, 박수치고, 환호하고, 감격에 겨워 울었다. 지상최고(세계신기록 경신)의 경기를 모두 함께 지켜본 터라 구구한 설명은 필요 없었다.

자부심과 감사, 격려, 배려가 모두의 마음을 덥혔다. 박상현(17)군은 "연아 선배 참 장하다. 수리고 학생이라는 게 오늘처럼 자랑스런 순간은 없었다"고 했고, 이문구(31) 빙상부 감독은 "연아는 예상대로 잘해줬고 민정이는 국가를 대표해 기량을 마음껏 펼쳐 너무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의 목동아이스링크에서도 1,000여명의 시민들이 정오부터 일찌감치 응원에 나서, 420인치 대형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한국선수단을 응원하는 태극전사 서포터즈 '아자 코리아' 회원 50명은 북과 구호로 신바람을 불렀다. 윤대일(39)씨는 열흘이나 걸려 태극문양이 들어간 한복을 직접 디자인해 입고 왔고, 이상욱(41)씨는 태극기 12장으로 웃옷을 만들어 입었다.

환상의 연기가 끝나자 감동이 밀려왔다. 가족과 함께 온 최경문(39)씨는 "아름답고 완벽한 연기"라며 눈물을 흘렸다.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 중인 김동현(14)군은 "2018년 올림픽이 강원 평창에서 열리면 저도 연아 누나처럼 금메달을 꼭 따고 싶다"고 했다.

이른바 '연아 키즈(Kids)'들의 각오도 남달랐다. 김연아 선수와 같은 코치의 지도 아래 운동을 했다는 김해진(13)양은 "표정연기와 스텝, 점프를 본받아 다음 올림픽 때 같이 출전하고 싶다"고 했고, 여왕 덕에 피겨스케이팅을 배우게 됐다는 최해린(10)양도 "똑같이 따라 하고 싶다"고 부러워했다.

시민들은 각자의 일터에서 숨을 죽인 채 여왕의 연기를 지켜봤다. 제 아무리 바쁜업무도 잠시 멈춘 채 모두 TV 앞으로 몰려간 덕에 도심 주요 도로의 통행량은 일시적으로 급감했고, 증권 및 은행 금융거래마저 주춤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김연아 선수 연기가 펼쳐진 오후 1시 20분~35분 사이 평균 주식거래 변동량은 5분당 1,851주로, 경기 시작 직전의 5분 변동량(3,269주)의 절반에 불과했다. 시중은행의 한 직원도 "손님이 객장에 설치된 TV를 보느라 창구에 오지 않았다"며 "손님과 창구 직원이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고 말했다.

위성 생중계된 김연아 경기의 TV 시청률은 서울 기준으로 36.4%를, 최고 점유율은 69.1%를 기록했다. TV를 보기 어려운 직장인들은 컴퓨터 앞으로 몰렸다. 경기를 생중계한 포털 '다음'은 최고 동시접속자 수 44만명, 전체 접속자 수 500만명을 기록해 온라인 스포츠 중계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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