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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사람 없어요" 3남매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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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사람 없어요" 3남매의 비극

입력
2010.03.0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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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A(48)씨는 남편 B(당시 43세)씨를 청부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1월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결혼초기부터 남편의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리던 A씨는 자신의 외도를 알게 된 남편의 폭력이 갈수록 거칠어지자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것.

당시 미성년자였던 부부의 3남매는 사실상 고아신세가 돼 고모부(48)에게 맡겨졌다. 의지붙이를 찾을 수 없었던 이들에게 고모부는 누구보다 고마운 존재였다.

하지만 통장까지 통째로 맡길 정도였던 고모부에 대한 이들의 믿음은 올 1월 서울남부지법에서 민사소송 소장이 날아오면서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모 은행이 2002년 아버지에게 원금과 이자 약 5,400만원을 대출해줬는데, 갚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목돈을 갚을 길 없던 3남매는 법원에 상속한정승인심판을 청구키로 했다. 그러려면 상속재산 목록을 제출해야 했다.

그런데 증거수집 과정에서 이상한 걸 발견했다. 고모부가 돌려준 이들의 통장에서 지난 5년간 매달 70만~400만원씩 총 7,000만원 가까이가 빠져나갔던 것이다. 통장에 있던 돈은 복지기관 등의 지원금과 3남매 중 두 자매의 월급, 아버지의 보훈연금 등이었고, 돈을 빼간 이는 고모부였다. 이런저런 금액을 따져보니 5년간 고모부가 빼간 돈은 1억원 가까이 됐다.

3남매 중 둘째인 D(21)씨는 "고모부가 '이번 달에 지원금이 줄어 5만원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는 등의 말을 하며 매달 20만~30만원의 생활비를 줬고, 제 월급은 '적금을 붓는다'며 교통비와 약간의 용돈만 줬다"고 말했다. 고모부가 매달 70만원씩 들었다는 적금통장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서운한 건 고모부의 마음씀씀이다. 맏이 C(22)씨는 척추가 휘어지는 병(척추측만증)을 앓고 있어 수술이 필요했지만 고모부는 "돈이 없다"며 병원 치료도 고작 4, 5차례 정도만 시켜줬다. 수술비는 보통 2,000만~3,000만원 드는데 C씨의 상태는 그 사이 더 나빠졌다.

고모부는 "갑작스레 아이들을 맡게 돼 내 돈과 함께 쓰다 보니 섞였고, 내 돈도 들어간 것이 많다"며 "남은 돈 중 일부는 1월에 돌려줬고 2,300만원은 지인에게 빌려줬기 때문에 받으면 곧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는 "수술은 비용이 부족해서 미룬 것일 뿐 사리사욕을 챙기려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고모부는 아직까지 돈의 사용처에 대해 납득할 만한 증명을 하지 못했다.

3남매는 지난달 19일 8,8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고모부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3남매는 "가정이 파탄 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다"고 울먹였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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