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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건강기능식품에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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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건강기능식품에 문제 있다

입력
2010.03.0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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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면 고마운 분들께 무엇을 선물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이가 많다. 지난 설에는 건강기능식품이 가장 인기 있는 선물이었다고 한다. 감사의 표시도 되고 건강도 챙겨드릴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런데 최근 건강기능식품의 효과에 대해 의문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업체들은 실험실에서 암세포 증식을 억제시켰다거나 일부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선전한다. 합리적 근거보다는 감성과 경험에 호소하거나 사지 않으면 안 되게끔 자극한다. 그러나 유전적으로나 신진대사 과정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인체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해야만 안전성과 효과를 알 수 있다. 필자 역시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해(害)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선물한 경험이 있다. 어떤 경우에는 좋은 뜻을 담은 선물이 받는 사람에게 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건강기능식품이라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식물에 많은 베타카로틴이 폐암 예방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영양제로 복용하는 사람이 늘었다. 그러나 얼마 뒤 베타카로틴만을 영양제로 복용한 사람들에서 폐암이 오히려 더 늘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자들은 이를 복용한 사람들이 금연을 하지 않는 등 건강관리를 소홀했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베타카로틴 단독으로보다는 식물로 섭취해야 효과적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콩이 항암효과가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여러 형태로 즐겨 먹는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이 섭취할 경우 유방암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기사가 나와 혼란을 일으켰고 식단에서 콩 관련 식품이 자취를 감춘 적이 있다. 당시 암 전문 의사들은 언론과 암환자들의 문의에 답변하느라 무척 바빴다.

이런 해프닝은 근거가 부족한 일부 자료를 과대 해석해서 빗어진 것이다. 언론에서는 다시 콩을 건강식품으로 찬양(?)하고 있다. 건강식품을 먹으면서 적당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소홀히 한다면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아무리 건강식품이 좋다고 하더라도 흡연이나 과음, 운동부족, 비만과 같은 나쁜 건강습관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암 예방이라는 것도 20~30년간의 건강습관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장기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평소의 건강습관이 중요하다. 일시적으로 섭취하는 건강기능식품은 마음의 위로에 불과하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소홀하게 하는 유혹일 수 있다. 야채가 많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고 주 5회 30분씩 기분 좋게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건강식품이 통증을 줄이는 진통 효과가 있더라도, 약에 비하면 미미하거나 비용 대 효과를 고려한다면 경제적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하거나 복용할 때는 신뢰할 만한 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참조하는 것이 좋다. 다행히 식약청이나 소비자보호원에서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도 암에 대한 보완대체요법의 효과를 정리해 발표한 적이 있다.

최근 인삼이 암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외국 유명 학회나 학술지에 발표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환자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 인삼과 같은 우리 고유의 건강기능식품의 건강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임상시험을 통해 세계가 인정하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이제는 우리가 세계인의 건강에 기여해야 할 때이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다.

윤영호 국립암센터 책임연구원 가정의학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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