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관점에서 보면 인위적 분산은 100% 실패한다."
효율을 우선시할 수 밖에 없는 기업 관계자나 그쪽 성향의 학자가 꺼낸 말이 아니다. 놀랍게도 경제력 집중과 그 폐해를 감시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의 발언이다.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25일 대한건설협회 초청 강연에서 "인구와 물자가 몰리게 되면 효율성이 생긴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자식은 서울로 망아지는 제주로 보내란 말처럼 한국은 집중이 유전적으로 체질화된 나라"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자칫 수도권으로의 집중을 당연시하고, 좀 더 나가면 '효율'이란 이름 아래 자원의 집중 자체를 옹호하는 듯한 뉘앙스로도 들린다.
정 위원장의 발언은 세종시 문제를 겨냥했던 것 같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정부 부처라도 강제 이주시키겠다는 세종시 원안의 발상 자체가 그는 꽤나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여기서 인위적 분산과 효율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정 위원장의 정의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학문적으로도 찬반이 있을 만한 사안일 것이다. 다만, 공정위원장의 발언으로는 여러모로 부적절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가 없다.
공정위는 태생적으로 '반(反)집중'적인 곳이다. 애초 집중의 병폐와 싸우라고 태어난 조직이다.
공정거래법 제1조도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비록 현 정부 출범 이후 옛날식 대기업 규제기구의 성격은 크게 퇴색됐지만, 그래도 지난 수십 년간 경제력 집중억제에 최우선 순위를 뒀던 곳이 바로 공정위다. 그런 조직의 수장이, 설령 그런 취지는 아니었다 해도, '집중=효율'이란 식으로 말하는 것은 당혹스런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정호열 교수'였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얘기다. 그가 총리나 다른 부처 장관이었서도,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공정위원장이라면, 그렇게 얘기해선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이영창 경제부 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