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는 서울대 총장 시절 학내 문제 해결 수단으로 곧잘 편지를 애용했다. 학사 구조개편 문제로 전임강사를 포함한 교수 1,600여명에게 "대승적 이해"를 부탁하는 A4 4장 분량의 이메일을 보낼 정도였다.
정 총리가 이달 들어 편지쓰기를 재개하고 있다. 26일 총리실에 따르면 주말 충청행보를 자제하고 있는 정 총리는 정월대보름을 하루 앞둔 27일 연기주민에게 편지를 띄운다. 세종시 전월산 대보름맞이 축제에 참석하는 조원동 사무차장이 편지를 대독하는 형식이다. A4 1장 분량인 편지에는 '국가에 대한 희생과 봉사가 풍성한 보람으로 열매 맺도록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행복아파트 조기 완공, 자녀 취업 지원 등의 약속도 포함됐다.
정 총리는 설을 앞두고도 연기ㆍ공주 8만2,329가구에 인간적인 고충 등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25일 세종시 민관합동위에서도 정 총리는 '국민에게 드리는 편지'를 낭독했다.
미래의 권력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스타일이 '촌평(寸評) 정치'라면 정 총리는 일종의 '서신(書信) 정치'를 선호하는 셈이다.
"미국 유학시절 부인에게 500여통의 편지를 보냈던 일이 인생의 단맛"이라고 밝힐 만큼 정 총리는 편지에 애착을 갖고 있다. 정 총리는 또 평소 "말은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고치고 또 고쳐 쓴 글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는 평소 '열 마디 말보다는 한 줄의 문장이 더 진솔하다'고 강조한다"며 "각종 현안을 설명하는데 그만큼 진솔한 자세로 임하겠다는 뜻 아니겠냐"고 말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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