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유치 경쟁에서 살아남은 15개 대학은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약대 유치를 위해 거액의 예산을 투입한 대학들은 당초 예상보다 적은 정원을 배정받자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하우송 경상대 총장은 "기존 의대에 더해 함께 약대를 유치하면서 보건 의료 인력 양성 시스템을 완성하게 됐다"며 "세계 수준의 연구 중심 약대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도 결정을 반기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주요대는 뉘앙스가 달랐다. 연세대의 한 관계자는 "약대를 유치한 것은 당연히 기쁜 일이지만 너무 적은 정원을 배정받아 어떻게 약대를 운영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고려대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실망한 분위기도 크다"며 "25명 정원으로 교수를 어떻게 뽑고, 어떻게 인프라 투자를 해야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고려대는 미국 MIT와 400만달러를 투자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고 신약 개발 연구 기관인 미국 번햄연구소,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와 협약을 체결하는 등 약대 유치에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했다. 연세대도 송도캠퍼스에 미국의 의료 기관인 MD앤더슨, 펜실베이니아대와 함께 의과학연구소를 개설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100명의 정원을 쪼개 20명씩의 정원을 배정받은 경기 지역의 대학들도 불만이 많았다. 아주대 관계자는 "경기에서는 1차 심사 때 5개 대학이 선정됐는데 이 대학들이 모두 2차를 통과했다. 학생들의 군 복무와 휴학 등으로 결원이 생기면 당장 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락 대학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고려대 연세대 동국대 등 서울 소재 대학들이 지방 캠퍼스를 통해 약대 유치에 성공한 것을 두고 불만이 가장 컸다. 해당 지역의 지방대들이 오히려 소외됐다는 것이다.
인천에서 탈락한 인하대는 선정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교과부가 발표한 선정 원칙이 무시됐다. 과정이 공정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대한약사회는 "신설된 약대 정원이 20여명으로 배정된 것은 정치적 타협과 적당한 안배에 의한 눈치 보기식 교육 행정의 산물"이라며 "약학의 질적 제고를 도외시한 약대 신설은 전문 인력 양성에도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한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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