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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물의 자연사' 미국판 '4대江살리기'… 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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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물의 자연사' 미국판 '4대江살리기'… 그 결과는?

입력
2010.03.0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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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아웃워터 지음ㆍ이충호 옮김/ 예지 발행ㆍ320쪽ㆍ1만3,800원

"자연은 최고의 정화 장치다."

미국의 환경공학자 겸 생태학자 앨리스 아웃워터는 <물의 자연사> 첫머리에 이 문구를 놓았다. 사람이 무분별하게 개입해서 자연의 질서를 깨뜨리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이 책은 미국의 수질 오염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살피기 위해 미국사 초기인 1600년대 중반까지 거슬러 오른다. 초기 정착민들은 모피를 얻으려고 비버를 남획했고, 대초원을 개간하면서 버팔로와 프레리독을 마구 죽였다. 하천과 개울에 댐을 만들어 습지를 제공하고 물을 정화하던 비버, 물이 스며드는 웅덩이나 굴을 파서 초원이 메마르지 않게 하던 버팔로와 프레리독이 급감하면서 물은 더러워지고 자연은 황폐해졌다.

이 책에서 한국 독자들이 특히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은 대규모 댐 건설과 하천 준설, 수로 변경을 둘러싼 미국의 경험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은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미국이 수십년 간 수질 개선 노력을 했는데도 물이 깨끗해지지 않은 것은 준설과 댐 건설, 수로 변경을 통해 물의 자체 정화력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미국은 1905년 루스벨트댐을 시작으로 1991년까지 미국 전역에 저수지 339개, 댐 154개, 운하 1만2,300㎞, 수력발전소 52개를 건설했다. 덕분에 광대한 농경지에 물이 공급되어 서부가 발전했지만,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수질이 나빠졌을 뿐 아니라 습지가 사라져 많은 동물들이 멸종되거나 멸종 위기에 처했다.

1969년 미 연방대법원 판사는 댐과 운하 건설, 준설을 담당하며 미국 건설의 영광을 대표했던 공병대를 '공적 1호'로 규정했다. 플로리다주 남부의 수로 변경 계획이 초래한 재앙 때문이다. 1928년 플로리다 남부의 대홍수로 2,700여명이 익사하자 공병대는 근처의 오키초비 호수와 에버글레이즈 습지를 '주적'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정비 작업에 들어갔다. 구불구불 흐르던 220㎞의 키미시 강은 곧게 뻗은 90㎞의 운하로 변했다. 호수 주변에는 흙으로 거대한 제방이 쌓였고, 습지의 절반 이상이 농경지로 변했다. 부동산 투기꾼, 목장주, 사탕수수 재배업자, 농업기업가들은 덕분에 큰 돈을 벌었다.

하지만 1960년대에 들어서자 강과 호수가 오염됐다. 70년대에 이르자 한때 엄청나게 많았던 물새가 크게 줄었고, 농경지에서 흘러나온 오염된 물에 동물들이 죽고 호수는 말라붙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중단됐다. 오늘날 공병대는 키시미 강을 제방과 갑문에서 해방시키고 구불구불한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미시시피 강, 오하이오 강, 미주리 강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농경지 확보, 수상 운송 개선, 홍수 예방을 위해 물길을 곧게 펴고 강 바닥을 준설한 결과 오히려 하류 쪽 홍수가 더 많아지고 지하수 수량은 줄어버렸다. 남의 일 같지 않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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