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김연아(20) 이야기다. 한국인 최초로 올림픽에서, 그것도 압도적인 점수차로,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우며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에 오른 '피겨 여왕'에 대한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하지만 그런 김연아를 '감히' 뛰어넘고 2014년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의 주역은 당당히 자신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다크호스가 있다. '포스트 김연아' 곽민정(16ㆍ군포수리고ㆍ사진) 이야기다.
94년생으로 올해로 만 15세인 곽민정은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선수단 중 가장 어리다. 갓 중학생을 졸업한 어린 소녀 티가 물씬 난다. 하지만 그는 올림픽 첫 출전이라는 부담감을 떨쳐내고 26일(한국시간) 여자싱글 피겨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102.37을 따냈다. 전날 열린 쇼트점수 53.16점과 합산한 결과 155.53점으로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만약 김연아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면 곽민정이 따낸 13위는 역대 한국 피겨사상 최고기록이 된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피겨를 시작한 곽민정은 2004년과 2005년 동계 전국체전에서 1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기량 향상을 거듭하던 곽민정은 2008년 멕시코에서 열린 '2008 주니어 그랑프리 멕시코시티 3차 시리즈'에서 동메달을 따내면서 '포스트 김연아'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곽민정은 내친김에 지난해 11월 '회장배 랭킹대회'에서 올림픽 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특히 자신의 시니어무대 데뷔전이기도 한 '2010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는 6위를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국제무대 감각도 키웠다.
이에 대해 피겨 전문가들은 "곽민정이 보여주는 무대에서의 자신감이 김연아와 꼭 닮았다"며 높이 평가했다. 실제 곽민정은 김연아와 함께 트리플 점프 5종(러츠 플립 살코 토 루프)을 모두 소화하는 몇 안 되는 선수로 꼽힌다.
곽민정은 "고교 선배 연아 언니를 가장 존경하지만 4년 뒤 소치에선 자신의 이름으로 태극기를 시상대에 세우겠다"고 야무진 각오를 밝혔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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