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을 누르고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중 흥행 1위를 차지한 ‘아바타’ 열기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뜨거운 모양입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아바타에 등장하는 판도라성의 공중에 떠있는 바위가 중국 후난성(湖南省)에 위치한 장자제(張家界)의 봉우리 난텐이주(南天一柱)와 흡사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장자제시 당국이 봉우리의 이름을 아예 ‘할렐루야산’으로 개명했다는 내용입니다. 이를 두고 중국의 네티즌들이 외세숭배라느니, 국격을 떨어뜨렸다느니 비난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있습니다.
이 지역 주민들이 명칭 개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장자제라는 지역은 중국내에서도 오지중의 오지로, 일반인에게는 알려진 것은 불과 30년도 되지 않습니다. 1980년대 초 이 지역 출신 화가가 이 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그림이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때 마침 이 곳을 통과하는 철도가 놓이면서 본격적인 관광지로 거듭 났습니다.
당시 이 곳의 명칭은 부용시였는데, 주민들은 장자제의 명성에 기대고자 아예 명칭을 장자제시로 변경했습니다. 이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중국을 대표하는 명승지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주민들이 또 다시 지명변경에 나선 것은 다름아닌 이름이 가져다 주는 대외적인 홍보효과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자제의 명칭변경에는 관광객 감소도 한 몫했습니다. 이 지역을 방문하는 최대 관광객은 다름아닌 한국사람들인데, 최근 중국 위안화의 환율이 급등하면서 이 곳을 찾는 여행자가 대폭 줄어든거죠.
결국 이번 명칭변경사건은 중국의 자존심을 우선해야 할 것인지, 주민들의 생계를 위한 것인지를 두고 벌어진 갈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사실 명칭변경으로 인한 성공과 실패사례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만년 2위였던 크라운맥주가 하이트맥주의 인기에 힘입어, 회사명을 아예 하이트로 변경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온천으로 유명한 온양과 김밥으로 이름 날리던 충무라는 지명이 행정통폐합으로 인해 역사속에서 사라진 것을 두고 명칭의 가치를 제대로 읽지 못한 실수였다는 논란이 지금까지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동양 특히 중국에서 이름의 의미는 사람은 물론, 제품이나 지명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일말의 자존심마저 버리고 선택한 조금은 생뚱맞은 ‘할렐루야 산’이라는 이름이 장자제 주민들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한창만 산업부 차장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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