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위로를 전합니다. 운전자들이 겪은 사고에 대해 깊이 사과합니다.”
24일 미 하원 감독ㆍ정부개혁위원회의 도요타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도요다 아키오(53ㆍ豊田章男) 도요타 사장은 대규모 리콜사태에 대해 수차례 강한 톤으로 유감을 표시했다.
이나바 요시미 북미 도요타 사장과 통역을 대동한 채 청문회장에 들어선 도요다 사장은 모두 발언에서 “안전에 소홀히 한 점이 있다. 전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3시간 이상 계속된 청문회 내내 그는 최고경영자(CEO)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모습을 보였다. 엄청난 비판여론을 의식한 때문인지 의원들의 강한 추궁에도 진지하게 답변했다.
그러나 문제가 된 급발진의 원인에 대해서는 회사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결함이 전자시스템이 아닌 기계적인 것에 있다고 확신한다”며 가속페달과 바닥 메트가 원인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고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결함의 원인에서는 사태가 더 확산되지 않도록 적극 방어에 나선 것이다.
의원들은 도요타가 왜 초기 대응에 실패했는지,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질문을 이어갔다. 존 미카(공화당) 의원은 도요타가 미 행정부와 제한적 리콜에 합의해 1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는 것을 자랑하는 도요타 내부 문서를 들어보이며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청문회에서는 한국인 교포가 당한 사고가 거론됐다. 댄 버튼(공화당) 의원은 “1997년에 일어난 교통사고에 대한 입장을 묻고 싶다”며 최혜연(51ㆍ여ㆍ매사추세츠 렉싱톤 거주)씨의 경우를 언급했다.
최씨는 97년 6월 신형 도요타 코롤라를 몰고 보스턴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통제불능에 빠져 도로를 이탈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 때문에 목뼈를 다친 최씨는 전신이 마비돼 지금까지 휠체어 생활을 하고 있다. 최씨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기각했다. 버튼 위원은 사건 서류를 도요다 사장에게 전달하며 “도요타의 입장을 밝혀달라”며 이 문제의 쟁점화를 시도했다.
도요다 사장은 이날 밤 워싱턴 시내에서 미국 도요타 판매점, 공장 종업원들과 만나“청문회에서도 저는 혼자가 아니었다. 당신들과 당신들의 동료와 함께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도요타 딜러들은 의원들이 “매우 무례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다음달 2일 상원의 청문회가 남아있지만, 도요다 사장의 이날 증언으로 의회 청문회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급발진 원인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전자제어장치 결함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의회도 추가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혀 도요타 불씨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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