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의사 등 전문인들의 자살이 잇따라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 문화로 인해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던 이들조차 극단적 선택을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진단하고 있다.
25일 오후 2시 20분께 경남 김해시 모 치과병원 원장 서모(36)씨가 원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최근 이 병원이 전기요금과 사무실 운영비, 고용보험료를 수개월째 내지 못했다는 간호사의 진술과 유서 내용으로 미뤄 서씨가 경영난을 고민하다 자살한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20일 오전 9시 30분께 서울 모 대학병원 소아과 의사인 김모(39)씨가 13층 자신의 연구실에서 6층 옥상으로 뛰어 내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병원 업무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의 책상에서 ‘자살, 우울증 극복’이라는 낙서가 쓰인 종이를 발견했다.
24일 오후 3시 30분께는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모 아파트에서 초전도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서강대 물리학과 이성익(58)교수가 투신자살했다. 이씨는 최근 연구실적 등의 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성모병원 김대진 정신과 교수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언제든지 도태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전문인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한계에 부딪히고도 일하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며 “그러다 보니 우울증 등의 병을 키워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림대 조용래 심리학과 교수는 “전문인들이라고 다 자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에서 공부나 일에만 매달리는 등 심리적, 정신적으로 융통성이 부족한 경우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삶에서 다른 경험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가족, 친구 등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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